[데스크 窓]'고객안전'에 앞서는 경영논리는 없다
2017-01-31 17:51
일본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기업가가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 경영이 단순한 '돈 벌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있는 종합예술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 상인들 사이에서는 “오늘날 우리 가게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 상점을 이용해주시는 고객들 덕분이니 그분들 쪽으로 다리를 뻗고 자서는 안 된다”는 말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과도 궤를 같이 한다.
예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개성상인들은 “고객은 단순히 소비자를 뜻하지 않는다"며 "제품 대 사람 혹은 회사 대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고 강조해왔다고 한다. ‘고객중심 마케팅’, ‘무한 책임주의’가 기본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루려면 '지속가능성', '혁신', '전략'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 바탕에는 경영과 제품에 일정한 소리를 전하려는 고마운(?) 고객이 자리한다. 이들이 없다면 기업은 스스로 거듭나지 못한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쿠첸을 비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두 기업을 동일한 잣대에다 올려놓고 칭찬 또는 비난을 하는 것은 바로 고객을 대하는 두 기업의 상반된 태도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갤럭시 노트7’ 소손(燒損) 사태의 최종 원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세계적 석학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리는 등 다각적인 품질 개선 방안도 함께 내놨다. 특히 사태 발생 직후부터 원인 규명까지 4개월여의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고객안전’을 최우선으로 내걸고 상황을 대처했다.
얼핏 생각해보면 극히 일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짓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전 세계에 팔린 갤노트7 306만대 중 시장에서 소손이 보고된 것은 330여대로 소손률은 0.0001%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리콜을 단행했고 7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20만대의 갤노트7 기기와 3만대의 배터리를 자체 실험했다. 여기에 해외 검증기관 3곳에 조사를 의뢰해 원인을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7조원으로 추산되는 큰 손실을 입었다.
크게 비난하며 등을 돌렸던 고객들도 다시 삼성전자와 제품에 애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자사 전기밥솥의 원인모를 화재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쿠첸은 한달이 넘도록 원인 규명을 위한 대책 등 어떤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밥솥 화재로 피해를 본 고객들을 ‘블랙 컨슈머’로 몰아붙이다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자 보상금을 주는 등 피해소비자들의 회유에만 급급했다.
중견기업인 쿠첸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들여 사고 원인을 조사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첸의 대응은 상식에서 벗어난 아쉬운 대목들이 많다. 특히 쿠첸이 내놓은 해명은 빈곤하기 짝이 없다. 쿠첸 관계자는 "앞서 경쟁업체의 전기밥솥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면서 ”전기밥솥 화재는 어쩔수 없는 일인 듯 싶다. 이 때문에 삼성, LG 등 대기업조차 전기밥솥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맥도너 비즈니스스쿨 존 제이콥스 교수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리는 모든 기업이 실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기업이 실수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신뢰의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행보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없다. 소비자 보호, 투자자 보호, 근로자 보호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은 어느새 기업의 파트너로서 생산, 개발, 마케팅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기업의 일방통행주의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은 이 점을 중시해야 한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어려움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마저 멀리한다면 존망의 기로에 설 확률은 높아진다. 특히 '소비자 먼저', '고객 안전'에 앞서는 기업의 경영논리는 없다
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js33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