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러시아를 향한 트럼프의 미소

2017-01-24 10:03

[이수완 에디터]

[이수완 글로벌 에디터]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향후 국제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 못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개막했다. ‘힘의 외교’를 앞세운 트럼프에게 지구촌 곳곳에 수많은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후보 시절 親러시아 성향을 강하게 보여 왔던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하자 전 세계가 경악했지만 유독 러시아는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제 미-러 두 나라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밀월관계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對러시아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가장 큰 난제 중에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처럼 예측이 불가한 인물이다. 둘 다 전통적인 ‘스트롱맨(strongman)’의 표상으로 철저하게 국익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다만 트럼프의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성격과 달리 푸틴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냉혹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두 지도자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서로간의 이익이 상충되면 양국 간의 관계는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빠질 위험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가 민주당 컴퓨터 시스템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게 푸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였다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로 인해 미 정계는 러시아 이슈에 들썩거리고 있다. 트럼프가 과거 모스크바 방문시 한 호텔에서 섹스파티를 즐겼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파문은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트럼프의 약점을 이용해 그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수 도있다. 이러한 논란은 트럼프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그의 전략에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은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경제제재를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며 러시아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지명자인 렉스 틸러슨이 러시아를 향해 “미국에 위험한 나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트럼프의 입장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러시아가 트럼프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그가 단지 친러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 선거공약이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이후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국가들의 제재를 받으면서 서방국가에 원유수출길이 막히며 경제가 크게 어려움을 겪었고 외교적인 고립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러시아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유럽 방어체제의 보루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한물간 쓸모없는 조직"이라고 말하는 등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절대권력’ 푸틴 휘하의 러시아는 최근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 뿐 아니라 시리아 문제 등 세계 주요 현안에서 거침없는 전방위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휴전협정을 주도하면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유럽 국가의 극우 포퓰리즘 확산 등도 러시아에는 유리한 환경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동맹과 자유무역을 두 축으로 구축해온 전후 70년 세계질서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푸틴은 유럽과 나토를 분열하고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도 유단자이다. 최근 외신은 그가 불안한 세계정세에서 서방 사회가 균형감을 잃고 흔들린 틈을 타 지구촌 무술대결에서 영리한 한판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우리가 트럼프 뿐 아니라 푸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하는 이유는 푸틴의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세계 질서 개편의 새로운 한 축을 담당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