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4500여점 소장 충청대 박물관 사실상 '폐관'…논란 가열

2017-01-30 15:00
한국대학박물관협회 등 반발…"지역의 역사·문화 사라질 것"

충청대 박물관이 충주 숭선사지에서 발굴한 국내 최대 크기의 금동 풍탁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30여 년간 유적지 발굴조사에 활발하게 나서는 등 지역 역사·문화에 적지않은 기여를 해온 충청대 박물관이 사실상 폐관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충청대(총장 오경나)는 학교구조개혁과 운영비 부담 등을 이유로 내달 초 이사회를 열고 박물관의 폐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 학교는 지난 2014년 8월 장준식 관장(현 충북도문화재연구원장)이 정년퇴임한 뒤 적합한 후임자를 찾지 못한 데다, 박물관 운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폐관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도서관 4·5층에 자리잡고 있는 박물관은 지난 1985년 9월 설립된 이후 32년 동안 충북지역의 유적지 발굴, 유물 보존·관리·교육 등 문화재의 보고로서 기능을 해왔다.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은 제천시의 의뢰를 받아 월악산 제천 월강사지 발굴조사를 할 만큼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특히 충주 미륵리사지 종합정비기본계획 수립 등의 학술조사는 충청대 박물관이 우리나라 불교미술사 연구 전문기관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충청대 박물관이 기증·구매·발굴 조사 등을 통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공식적으로 등록된 것만 4800여 점에 이른다. 그 종류도 석기류, 토기류, 기와류, 도자기류, 고문서류, 서화류 등 선사시대 유물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충청대 전경 [사진=충청대 제공]


박물관 폐관 검토 소식에 해당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전국 대학박물관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앞선 18일 성명을 내고 "충청대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지역의 소중한 역사적 자료"라며 "박물관 폐관은 대학이 가진 사회적 공공성과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박물관 폐관은 신중해야 하며 충북도와 청주시가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 30곳이 모여 만든 협의체인 충북도박물관협의회도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충청대 박물관은 연구 기능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문화기반 시설이 부족한 도내에선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중심 박물관의 역할을 해왔다"며 "보존가치가 큰 유·무형의 자산인 박물관이 경제적인 논리로 사라진다는 것은 충청대뿐만 아니라 지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도 충청대의 박물관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협회는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대학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교육부의 자유학기제 실시와 관련해 중·고등학교, 대학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경우에 따라서는 입시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존치 의견을 냈다.

협회는 또 "대학박물관은 인간의 과거와 현재가 축적돼 있어 지혜를 주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는 중용한 역사·문화교육기관"이라며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방에서는 대학박물관의 가치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크고 중요하다. 충청대 본부와 이사회는 박물관 폐관을 백지화 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으로 관련 학과가 사라졌고, 박물관 유지비용 등 재정부담이 크다"면서도 "박물관 폐관과 관련해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최종 판단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