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 늘었다지만…여전히 ‘그림의 떡’
2017-01-24 15:14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총 7616명, 전체의 8.5%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육아휴직이요? 우리 회사는 남자가 쓰면 바로 책상 뺍니다.”
부산의 한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김 모씨(39)는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전례가 없다고 했다. 육아휴직은 눈치를 보기보다 자칫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말이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에서 남성의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자 절반 가량은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였고, 10명 중 7명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총 7616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8만9795명) 중 8.5%에 그쳤다. 육아휴직의 90% 이상은 여전히 여성인 셈이다.
기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체의 48.8%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가 68.1%(5191명)로 다수였다.
다만 300인 미만 중소·영세 기업 근로자들은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근로자가 사업자로부터 단축 근로에 따른 임금을 받고, 정부가 고용보험을 통해 통상임금의 60%를 별도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주 40시간 근무하며 월 급여 2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주 2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면 회사에서 100만원, 고용보험 60만원 도합 160만원의 급여를 받게 되는 셈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자 수가 적다보니 육아휴직에 따른 인력 공백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작용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로 ‘아빠의 달’, '대체인력 채용 서비스'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빠의 달’ 제도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한 다수의 남성 근로자들은 이 제도를 모르거나 남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을 앞두고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육아휴직 3년법’ 등 다양한 정책이 나오는데 기존 제도만이라도 잘 활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육아휴직에 대한 기업, 근로자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고, 적극적인 사례 홍보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