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강원도 평창군의 펜션과 귀촌, 그리고 공동체
2017-01-24 08:21
칼럼니스트(문학박사)
강원도 평창군은 '귀촌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펜션에 많은 애환을 갖고 있다. 소위 '펜션법'이라고도 하는 농어촌정비법 역시 평창군 때문에 만들어졌다. 현재 평창군의 펜션 수는 제주도에 이어 전국 2위에 그치고 있지만, 제주도가 각광받기 전 부동의 1위를 지킨 것은 평창군이었다.
수도권 사람들이 지은 집을 처음에는 '별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법상 주택의 분류를 보면 별장은 농어촌 주택이 아닌 주거용 건축물로서, 상시 주거용이 아니라 휴양·피서·위락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건축물을 말한다. 그런데 민박을 겸한 펜션은 별장이 아니어서 펜션 주인들이 혹 잘못을 해도 그들을 제제하거나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펜션 주인들이 마을 공동체와는 아무 상관없이 물을 비롯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마을 곳곳에 들어와 무언가를 펼쳐놓고 장사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민원이 많아졌다. 심지어 상수원 보호구역 10킬로미터 이내에 불법적인 펜션이 들어서기도 했다.
2004년 3월에는 평창군이 난개발 우려를 낳고 있는 펜션 건립을 제한하기도 했다. 당시 관계자는 "펜션 건립을 방치할 경우 되레 지역 개발과 주민소득 향상에 역작용을 미칠 것으로 분석돼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창군에서 처음으로 펜션에 관련한 규정을 만들자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했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실정에 맞는 펜션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2016년 태풍이 왔을 때 지역 대부분에서 원래 살던 주민들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주민들은 주민들이 들어가서 살지 않는 깊은 산에 들어가 계곡 옆에 집을 짓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냥 '내 땅이니까 마음에 드는 데 펜션을 지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함이 피해를 더욱 크게 한다. 재해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오는 피해보상액은 대부분 외지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피해를 조금 입은 원주민들에게까지 보상액은 돌아가지 않는다.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낸 세금이 괜한 곳에 집은 지은 외지인들에게 가는 것이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원주민들에게 묻고 집을 지었다면 피해도 없고 피해보상도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귀촌과 귀농이 붐을 이루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불협화음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특히 50대 이후 정년퇴직 등을 한, 여유 있는 도시의 중년 부부만의 귀촌은 원주민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다. 어쩌다 마을회의에 그들이 나오면 회의 중에 어김없이 고성이 나오기도 한다. 수도권 대학 출신에 대기업 등 좋은 직장을 다녔던 교양 있는 이주민의 말이 지역민에 대한 무시로 오인되기 쉽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이 마련되고 있다. 전국 마을 단위 특히 면단위로 보면 지원을 안 받는 마을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즉시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긴 호흡, 장기적 안목으로 마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만 21세기에 마을공동체는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지원인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하지 않을까?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 없이 지속적인 발전만 들먹인다고 해서 마을이 발전하지는 않는다. ‘보조금’으로 마을사람들이 반목하며 원수가 된 곳도 적지 않다. 인구감소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아무런 준비나 대비없이 귀촌만 이뤄진다고 해도 마을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원금을 주기보다는 그에 앞서 보다 원론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