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APA 호텔로 커진 중·일 갈등, 신화사 "우익 악행, 빙산의 일각"

2017-01-24 10:37
일본 측 "언론의 자유, 중국인 예약 안 받겠다, 난징대학살 있었나"
중국 "심각한 우익세력 악행, 일본 부끄럽게 해, 역사 직시하라"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이 자주 이용하는 도쿄 APA 호텔의 우익서적 비치를 두고 중국과 일본 양국 간 대립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양측이 팽팽이 맞서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사는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감추고 싶은 것이 있는 일본이 이를 비난하는 주변국에 '닥치라'고 하는 형국"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한 중국인이 호텔에 비치된 우익 서적을 발견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내부에 비치된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APA 호텔 회장의 저서 상당수가 난징대학살, 위안부 동원 등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겨 중국인의 분노를 샀다.

이후 일본의 '뻔뻔한' 반응이 이런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처음으로 입을 연 모토야 회장이 "호텔 내 배치된 우익서적을 치울 생각이 없고 몇 개월만 지나면 모두 이 일은 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있다며 일방적인 압력에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심지어 "중국인 예약은 받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중국 난징의 자매도시인 나고야(名古屋) 시장이 23일 기자회견에서 "난징 대학살이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중국은 30만명을 학살했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일본인이 석고 대죄라도 해야 한다"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심지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까지 "일본-중국 관계 2000여년 역사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모토야 회장을 두둔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익세력이 일본을 부끄럽게 하고 있고 일본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역사를 잊는 것은 일종의 배반 행위고 잘못을 부정하는 것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핑계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특정기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말로 사실을 호도하지 말고 역사를 직시하라"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사는 23일 "이번 APA호텔 사태는 일본 우익세력 악행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에 일본 외무상, 나고야 시장 등이 APA 호텔을 지지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고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치각료가 툭하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신화사는 "일본에 '냄새나는 것이 있으면 뚜껑을 덮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은 아름답지 않은 지난 과오를 반성할 생각도 없으면서 침략사를 미화하려는 행위를 비난하는 주변국에 '입 다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으로 계기로 APA 호텔을 선택하는 중국인은 거의 없게 됐다며 설문조사 결과 98%에 육박하는 응답자가 '해당호텔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