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쿠첸 전기밥솥 화재 사고, 피해보상과 원인규명 분리해야
2017-01-24 08:19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회사측의 사후조치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나를 마치 '블랙컨슈머' 취급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최근 기자와 첫 통화를 할 당시 김모(38.남)씨의 목소리는 무척 격앙돼 있었다. 쿠첸 측이 제품 회수에만 급급하면서 자신의 피해보상과 사후예방 조치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특히 그를 마치 ‘블랙컨슈머’ 취급한다는 데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하순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던 쿠첸 전기밥솥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김씨의 빠른 조치로 큰 불행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신고한 김씨에 대해 쿠첸의 대응은 냉정했다. 적어도 김씨가 느끼기엔 그랬다.
쿠첸 측은 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평소 ‘매뉴얼’에 따라 사고이력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현재 사고 관련 별다른 조치도 필요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품을 빨리 회수해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밝히는 데는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저서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1931년)>에서 ‘하인리히 법칙’을 소개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어떤 상황에서 문제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대처해야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법칙대로라면 쿠첸 측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하인리히 법칙’이 아닐까 싶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피해보상과 원인규명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사고 제품을 소방과학연구원 등 제3기관에 맡겨 투명하게 원인을 밝히고, 이와 별개로 쿠첸 측은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보상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