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연 경고그림 부착 한달…유통 늦어 금연효과 미미

2017-01-22 19:01

서울 홍대 인근의 한 편의점에 흡연 경고그림이 든 담배가 진열돼 있다. [사진=조현미 기자 hmcho@]


아주경제 조현미·김온유 기자 = "사진이 다소 끔찍하긴 하지만 금연 생각까진 들지 않아요." 지난 21일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흡연 경고그림이 든 담배를 산 직장인 석진영씨(30)는 새 담배 디자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3일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됐다. 경고그림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비가격 금연정책 중 핵심 정책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담배공장에서 반출되는 모든 담뱃갑의 앞·뒷면 상단에는 30% 이상 크기의 흡연 경고그림과 경고문구가 들어갔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반응은 정부 기대에 못 미친다. 대부분의 흡연자가 경고그림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서울 홍대에 있는 한 편의점 직원은 "경고그림 담배를 사는 고객들이 (경고그림에)특별한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경고그림이 든 담배가 편의점 등의 소매점에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도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개월가량 걸리는 담배의 유통 기간을 고려해 1월 중순이면 각 소매점에 해당 담배가 진열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21일 홍대 인근 편의점 5곳을 둘러봤지만 경고그림 부착 제품은 5개 내외에 불과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담배가 감각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적용된 이전 제품이었다.

담배 업체들은 경고그림이 든 담배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려면 2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장에서 생산된 담배가 일반 판매점까지 유통되는 시기가 일정 시간이 걸릴뿐 아니라 (경고그림) 부착 이전에 판매된 담배 재고가 모두 팔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업계도 경고그림 부착이 담배 판매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담뱃값이 올랐을 때도 수요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면서 "경고그림도 그러한 연장선에서는 판매량의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국내 경고그림의 '혐오 수준'이 지나치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맹률이 낮은 국가에서 흡연율 낮추고자 극단적인 그림을 삽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선진국에서는 경고문구를 표기하거나 완곡한 경고그림을 넣는다"라면서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선택한 경고그림 수준은 예상보다 자극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