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과 30여 분간 환담…"한국 위해 일해달라"
2017-01-19 17:32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9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주로 반 전 총장이 유엔 활동을 얘기하고 이 전 대통령이 그간의 공로에 감사를 표하는 식으로 30여 분간 비공개 대화가 이뤄졌다. 별도의 정치적 대화는 없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오후 반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자리한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오세요"하며 박수를 치고 두 팔을 벌려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환담은 비공개로 30분 가량 진행됐다.
또한 반 전 총장 측은 "이 대통령이 재임 중에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오신 점을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이 전 대통령도 "196개 당사국의 합의를 이끌어 기후변화협약을 타결한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녹색성장'과 관련해 "중요한 국가적, 세계적 어젠다(의제)가 된다,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말했다고 MB측 인사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했다.
당초 이날 환담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대선과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 혹은 시국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이미 캠프 측에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인사들이 참여하는만큼 이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은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으니, 그런 입장에서 대화에 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이야기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한때 MB 측 핵심인사였다가 현재는 멀어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도움이 되나, 내가 반기문이라면 안 만나겠다"며 "득보다 실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 측 캠프에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데 대해서도 정 전 의원은 "친이계 인사가 사실은 제대로 받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후보하고 내가 가깝다는 것을 과시하느라고 다들 선거판에 붙어있으니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반 전 총장 측에 따르면 이날 환담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하금렬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과 김 전 수석, 장다사로 비서실장이 나왔으며 반 전 총장 측에서는 이도운 대변인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