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에 몰리는 설 민심…한우·영광굴비 판매 ‘꽝’ 백화점 직격탄
2017-01-19 00:00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발효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 이번 설에 주요 유통업체들의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암울하다.
한우와 굴비 등 주로 고가품을 취급했던 백화점은 설 사상 처음으로 역신장을 기록했고 사정이 조금 나은 대형마트도 설 선물세트의 판매는 일부 품목에 한정됐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실속형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자 편의점과 오픈마켓이 오히려 저가 상품을 내놓고 반사이익을 누리는 형국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설 명절 특수의 불씨를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선물 세트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현대백화점은 소포장 상품의 마케팅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에는 15개 전 점포에서 '설 선물세트 특별 할인전'까지 진행했다.
명절이 10일이나 남은 상황에서 할인 행사를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지속되는 판매 부진이 협력사들의 재고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고육책이다.
롯데백화점도 실적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소포장 선물세트와 혼합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늘렸다. 이번 설에는 소포장 선물세트 80여 품목을 새롭게 준비했으며 다양한 상품으로 하나의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혼합 선물세트도 50여 품목을 마련했다.
이번 설 특수 실종은 대형 마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마트의 지난 9~16일까지 선물세트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약 3.6% 신장됐지만, 한우와 굴비 등 고가품은 각각 –18.9%, -15%로 역신장했다. 이마트가 전체 판매실적에서 소폭 신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가의 통조림(10.1%)과 양말(36.7%) 등 선물세트로 판매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도 이번 설 선물세트는 5만원 미만의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구성을 54.1%로 늘리는 등 다양한 가격대의 실속 선물세트의 구성을 늘리며 대응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국내산 선물세트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해당 상품군의 백화점 마진을 인하하고, 협력사들은 판매가격도 낮췄다"며 "택배비, 상품권 비용, 아르바이트 비용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백화점은 노마진(No-margine)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