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新시대-미중 환율전쟁 개막] 중국 경제 기침하면 한국경제 골병…"무역환경 변화, 새로운 전략 필요"

2017-01-17 15:01

[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출범을 가장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나라는 중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공연하게 집권 이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4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요 2개국(G2) 사이에 낀 한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경제는 중국을 빼고는 논의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크다. '중국경제가 기침하면 한국경제는 몸살을 앓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4번째로 높은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서 얻고 전체 수출의 4분의 1가량이 중국으로 향한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495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대중 수출은 1244억4800만 달러에 달한다. 최근 2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수출이 살아나려면 대중 수출이 회복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2015년 7월 이후, 무려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였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역시 늪에 빠져 있었다.

이후 지난해 11월 0.4% 증가세로 돌아서는데 성공한 이후, 12월 역시 증가율이 전년 대비 9.6%로 확대되며 회복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역시 9월 -5.9%, 10월 -3.2% 등 연달아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11월 2.5%, 12월 6.4%로 반등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중국의 구매력이 줄어들면 한국 수출의 회복세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가 '관세 폭탄' 영향으로 침체하면 중국이 수입 규모를 줄여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도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을 겨냥한 조치일지라도, 결국 중국에 전자제품 등을 많이 수출하는 한국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15%로만 해도 중국의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 중국에서 조립되는 제품의 공급망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한국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한국 성장률은 0.5%포인트씩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역 이외에 인적교류도 많아 중국 관광객 소비 지출액의 생산유발 효과는 GDP 대비 1.58%에 달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약 40%는 중국인으로, 이들이 쓰는 돈은 일본 관광객의 2배에 이른다.

미·중 무역 갈등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나비효과가 돼 한국 경제에 번질 수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이 부품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빚으면 두 거인 사이에 낀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기회에 한·중 FTA를 업그레이드하고, 무역 환경이 크게 바뀌는 시대에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