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중국에 가까운 나라는 북한이 아닌 한국
2017-01-13 07:00
북중관계 '혈맹관계'는 옛말…현재 '단순수교 관계'
북중관계 가시적 회복 가능성 불투명
북중관계 과대평가해 한중관계 신뢰 약화해서는 안돼
북중관계 가시적 회복 가능성 불투명
북중관계 과대평가해 한중관계 신뢰 약화해서는 안돼
우선은 사드배치와 관련한 북·중 관계의 실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의 주류 관·언·학계의 시각은 여전히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까닭은 북한의 혈맹관계인 중국이 한·미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고 북한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니다.’ 북·중 관계는 옛날엔 ‘혈맹 관계’, 지금은 ‘단순수교 관계’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중 관계를 ‘혈맹관계’라고 쓰지만 이는 중국의 헌 책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문(死文)'이다. 명실상부한 ‘혈맹관계’였던 북·중관계는 1992년 한·중수교, 1993년 북한의 베이징 올림픽 개최 반대표 행사, 1994년 김일성 사망을 계기로 1995년부터 중국의 각종 공식 비공식 매체와 문서에서 ‘전통적 우호관계’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최저 단계인 ‘단순수교 관계’로 급전직하한 바 있으며, 그후 다시 명목상으로는 ‘전통적 우호관계‘로 회복됐다.
그러나 법과 제도에 의한 의법치국(依法治國)과 유교식 충효사상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시대 이후 북·중 관계는 이름만 ’전통적 우호관계‘일뿐 실질상 ‘단순수교’의 밋밋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고모부와 고위층 인사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북한의 김정은을 지도자는커녕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온 이유는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혈맹관계에서가 아니라 중국 자신의 국가이익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사회의 통념은 사회주의 형제국가가 아닌 럭비공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이비 종교집단 극빈국이다. 오늘날 중국인에게 가장 큰 욕은 “북한에 가서 살아라”다. 최근에는 북한을 동북아의 급진세력 이슬람국가(IS)로 부르는 중국 누리꾼들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층은 북한 김씨 세습정권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리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중국이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중국내 한국 연예인 활동 금지, 한국산 화장품 수입제한 움직임 등 등 한국에 대해 사드배치 관련 전방위 보복을 개시한 오늘 현재까지도 북·중 관계가 가시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0년간 중국에 체류하고, 30년간 중국을 연구한 필자는 그 동안 북한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중국 지식층을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오히려 한국이 북·중 관계를 너무 과대평가해서 답답하다 못해 서운해하는 중국인이 많았다. 오히려 중국의 지식층 상당수는 중국이 기치로 내건 ‘개혁개방’이란 단어를 금기시하는 북한 정권이야말로 반중정권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초대형 국가전략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도 북한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일대일로에서 제외된 나라는 북한이 유일무이하다. 중국 최고수뇌부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경제발전 정책에 도움은커녕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2014년말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 유학생이 8만 명이고,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이 10만 명이다. 반면 북한에 간 중국 유학생은 100명도 채 안되며, 중국에 있는 북한 유학생은 1000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전체 수출총액의 31.8%(홍콩 5.8%포함 비중)으로 대일본 수출비중 4.9%의 6배가 넘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2015년 북한의 경제력은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수준이다. 중국이 북한에 기대하는 전략적 가치는 '완충지대', 그것 말고는 거의 없다.
요컨대 중국에 가까운 나라는 한국보다 북한이라는 인식은 1970년대 냉전시대 사고방식에 기반한 오래된 잔상이거나 위험한 착각이다. 사드배치에 관련한 중국의 대외전략에 관해 한·중관계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하지만 북·중 관계를 과대평가함으로써 한·중간 신뢰를 약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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