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피해 '대학로 소극장', 서울시 임대료 전액 지원으로 상생할까

2017-01-11 15:19
선정 소극장, 연중 8주~22주 기간 자체공연 진행·50% 저렴한 대관료 제공

▲서울형 창작극장 선정 추진절차. 자료=서울시 제공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근본적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은 아니지만 연극인들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정책이다. 10년 전에 비해 임대료가 70만원 가량 올랐다. 특히 문화특구로 지정된 종로구 혜화 동숭동 일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100만원 가량 비싸다. 9명의 연극인이 폐관 위기에 처한 극장이 안타까워서 2015년도에 인수했는데 순수연극을 하다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다. 서울시 지원이 아니었다면 벌써 폐관됐을지도 모르겠다."(소극장 혜화당 이승구 대표)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갈 곳을 잃은 대학로 공연예술계를 살리기 위해 대학로 일대 소극장을 선정, '서울형 창작극장'으로 지정해 임대료를 100% 지원한다고 8일 밝혔다.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은 시가 300석 미만 소극장에 임대료를 지원하고, 지원을 받은 소극장은 순수예술 공연단체에 50% 이상 할인된 대관료로 공연장을 대관하는 방식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위기에 처한 소극장의 운영난을 해소하고 공연예술계의 창작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도심의 낙후된 지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지가,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 등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학로 300석 미만 소극장의 월 임대료는 2004년 당시 150만원 선에서 현재 평균 500만원 선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규모 공연장들은 오랜 시간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의 터전이었지만 임차료 상승과 공연예술계 침체로 운영난을 겪어왔으며 이로 인해 대학로극장, 삼일로 창고극장 등 유서 깊은 공연장들이 폐관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내몰리는 예술인들을 돕기 위해 1년간 최대 5000만원 내에서 임차료를 지원하는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을 시작했다. 임차료 지원 대상은 이화동, 동숭동, 혜화동, 명륜동 등 대학로 내에서 예술인이 직접 운영하는 300석 미만의 등록 공연장이다. 27팀을 선정하는 가운데 36팀이 지원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지원 받은 소극장은 객석수 85~262석으로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10만원부터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 700만원,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1000만원 까지 다양했다.

시는 올해부터 기존 최대 5000만원이었던 임대료 지원한도를 없애고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소극장은 2월~12월 임대료 지원을 받는다. 참가 가능 소극장은 공연단체(개인)가 직접 운영하는 대학로(이화동, 동숭동, 혜화동 등) 소재 300석 미만 등록 공연장이다.

임대료 지원을 받으면 연중 8주~22주 기간 동안 자체공연을 진행하고, 나머지 기간은 순수예술 공연단체에 기존 대비 50% 이상 저렴하게 대관해야 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소극장과 운영단체는 23일까지 서울시 문화예술과에 방문 또는 전자우편으로 신청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