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은 서서, 왼쪽은 걸어서' 중국 에스컬레이터 관행 존폐 논란

2017-01-11 00:00
전문가들 "한쪽에 무게 쏠리면 마모 심해져 고장 원인 작용"
2008년 국제행사 앞두고 벌인 캠페인과 상반돼 불만 고조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중국에서 이른바 '에스컬레이터 에티켓'으로 꼽히던 '오른쪽은 서서, 왼쪽은 걸어서' 운동'이 최근 존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경과 상하이 등 중국 일부 대도시의 지하철 당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질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른쪽은 서서, 왼쪽은 걸어서' 운동을 벌여 왔다.

바쁜 사람들이 왼쪽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뜻에서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에 탑승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이 방식은 중국 내에서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에스컬레이터를 한쪽으로만 이용할 경우 장치에 고르지 않은 마모가 발생하면서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는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관리하는 중국 청소년 일간 신문은 지난주 논평을 통해 "이 '문명화된 행동'이 실제로 위험하다면 캠페인에 따라 습관화하기 위해 지난 몇 년 간 노력했던 사람들의 노력에 관해 누구를 비난해야 하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WSJ는 "중국 지하철 환경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중국 지하철 진입로에는 항상 상향식 에스컬레이터가 한 대만 설치돼 있고 경사도 가파르다"고 전했다. '오른쪽은 서서, 왼쪽은 걸어서' 운동을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주요 지하철역에는 "고무 손잡이를 잡고 오른쪽에 서 주세요"라는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관련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일본 도쿄에서는 지난 2014년 '모두 고무 손잡이를 잡읍시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걸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국 런던은 지난해부터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않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과 싱가포르, 타이베이도 상황은 비슷하다.

베이징 서부의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감시하는 한 작업자는 "새롭거나 오래된 규칙은 상관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의 유일한 원칙은 '안전제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