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삼성합병-이대 학사비리-블랙리스트 의혹 관련자들 줄소환

2017-01-05 17:21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핵심 수뇌부 소환조사 준비중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합병과 이화여대 학사 비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 소환 조사를 준비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시 부정 의혹에 연루된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동안 남궁 전 처장은 2015년학도 체육특기자 선발 때 정씨에게 특혜를 줘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를 받아왔다.

당시 그는 면접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했고, 실제 정씨는 면접관들에게 금메달을 보여주는 등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했던 것으로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일단 특검팀은 남궁 전 처장을 상대로 최경희  전 총장이나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최순실씨측과 입시 문제로 접촉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삼성 합병 의혹의 핵심 참고인인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도 이날 오전 특검 조사를 받았다.

김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인물이다.

특검팀은 김 비서관에게 안 전 수석으로부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이를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특검 안팎에선 김 비서관이 안 전 수석과 함께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줄 '키맨'으로 손 꼽힌다. 

김 비서관은 이날 조사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 "삼성 합병 과정에 관여한 바 없으며 박 대통령 지시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 특혜 지원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최씨 조카 장시호씨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 전 장관도 이날 오후에 나와 조사받았다.

특검팀은 오후 2시에는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켜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

송 차관은 2014∼2015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인물과 연관 사업을 총괄 관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송 차관 조사를 마무리하는대로 조만간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특검의 수사대상이다. 

두 사람은 작년 12월 초 문화예술단체로부터 나란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특검 관계자는 "오늘 조사 대상자들은 대체로 각 의혹의 윗선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결과적으로 최씨 측에 자금이 흘러간 것을 인정하지만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라는 '공갈·강요 프레임'으로 특검 수사에 대비하기로 대응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사 단계부터 특검팀과 삼성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