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광화문 촛불이 중국에 번지지 않는 이유

2017-01-05 19:30

강정숙 외교안보팀 기자. [사진=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최순실 탄핵정국으로 세계의 눈이 집중된 곳은 바로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 현장이었다. 서방 언론들은 물론 중국도 이를 충실하게 보도해 이목을 끌었다. 

중국은 집회 등의 보도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집회 현장에서 만난 중국 국영텔레비전(CCTV)기자들의 보도모습이 자뭇 신선하게 느껴지지도 했다.  

중국의 거대 IT업체로 시작해 중국의 언론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 QQ 산하의 온라인 매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2월 9일 실시간 보도를 위해 기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기자가 놀란 것은 단순하게 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 박 대통령의 거취나, 한국 정부를 깎아내리기식 질문이 아닌 촛불집회와 비 박근혜계의 탈당 등 다소 신선하고 호기심 어린 질문들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그들에겐 부재한 '평화혁명'이란 표현을 쓰는 기자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의외의 대담한(?)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 정치체제인 집단주의 지도체제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중국의 현 체제 유지에 대한 여러가지 여론이 형성돼 있다. 현 체제의 지속 여부에 대한 논쟁이다. 이번 역취재 등 일련의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오히려 체제 유지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싶어졌다. 

중국의 경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제도적 측면에서 역전하거나 해결할 방법이 없다. 중국에는 상하 개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기제가 바로 상방·신방 개념인데 불만 해소의 매커니즘으로 중국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라의 옛 제도인 신문고와 비슷하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중요한 점은 공산당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즉 중국 인민들에게 공산당이 숨을 쉴 수 있는 숨통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당과 간부를 구분한다. 즉, 개인이 잘못을 해 숙청을 당할 수는 있지만 당은 영원히 잘못이 없다. 즉 조직은 살고 개인이 죽는 것이다. 중국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부패 투쟁을 해 당에 심폐 호흡기를 달아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집회를 통해 중국은 한국의 당이 분산되는 신기한 사례를 접하게 됐고, 광화문광장이란 소통의 장이 그들의 상방·신방의 존재 자체로 나름의 위안을 삼았을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광화문 촛불집회를 마음놓고 공영방송에 내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