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 기자의 '차이나 톡'] '선례후병'…중국의 사드보복, 어디까지 왔나

2017-01-03 18:03

[사진=아주경제 DB]



'처음에는 예를 갖추어 상대와 교섭하다가 그것이 통하지 않을시에는 무력을 사용한다'는 이 성어는 군자(君子)의 외교전과 협상 전략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한다.

손자는 "전쟁에서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하는 것이 적국과 적군의 계략이고 그 다음으로 외교력 그 다음으로 군대를 마비시키며 성을 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을 때 하는 것이다(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攻城之法, 爲不得已也。)"고 했다.

즉, 전쟁에서는 적국과 적군의 계책과 방략, 수교(修交), 군대와 군력(軍力)의 순서로 무너뜨리고 이도 저도 안 될 때 그들을 공격하라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는 잇따른 초치를 취하고 있다.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 전기차 배터리 인증 지연, 한국산 제품 수입 규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한한령(限韓令)이라 불리는 한류 및 여행 제한 등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새해 벽두부터 들리는 우울한 소식은 중국 정부가 한국행 전세기에 대해서만 이달부터 내달까지 운항 신청을 불허한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중국의 대(對)한국 경제 보복이 시작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필요한 부분은 공세적으로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한중간의 외교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올해 중국 외교방향을 설명하는 기고문에서 사드 반대를 핵심 중 하나로 꼽으면서 양국의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방안은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군자의 대(對) 사드 보복은 아직 '예(礼)'의 단계일까 아니면 이미 '병(兵)'을 들고 일어선 것일까.

최근 만난 중국인 지인에 따르면 중국은 '선례후병'에서 '아직 예의를 지키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이는 단순히 향후 현재보다 강도높은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외에도 중국이 우리의 반응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태도에 따른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군자의 '선례후병'에 적절히 응해야 할까.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에 맞춰 한국에 있어서 사드 배치 역시 한국의 핵심이익에 부합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 지인은 사드 배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면서도 "솔직히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안보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뒤집는다면 자신의 눈에는 한국도, 한국의 정책도, 한국의 안보적 중요성도 '우스운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정치의 이념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가적 정책을 손바닥 뒤집 듯 뒤집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가 현재 중국 정부에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방안을 모색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도 한계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측면에서의 협력과 조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중국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에서는 여전히 사드 배치에 따른 불만 보다는 한국과의 공공외교를 우선순위로 삼고있는 점을 활용할 경우 현 난관을 해결한 열쇠는 분명 존재한다.

아울러 우리의 과도한 반응 자체가 한국의 민심과 우리 정부의 반응을 관망하면서 '예를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중국에게 우리 스스로 빈틈을 보여주는 꼴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마침 우려되는 것은 야당 의원 8명이 4~6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 등과 사드 문제에 대한 면담이다.

양국의 좋은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는 높이 살만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을 '유력 대선 주자'의 입장으로 중국 측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예'를 지키며 관망하는 시기에 향후 '병'을 들고 한국에 대응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국은 한국 내부의 사드 배치 반대론에 대한 목소리 취합이 다 이뤄지면 이를 빌미로 '병'을 들고 일어설 수 있다. 사드에 대한 이념적 논쟁을 떠나, 중국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