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정유년 경영 키워드는 '디지털·시너지'

2017-01-02 15:47

(왼쪽부터)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2017년 정유년을 맞아 올해 경영 화두로 디지털 금융을 꼽았다. 이와 함께 치열해진 금융그룹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 "디지털 금융 주도권 잡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은 새해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대비해 디지털 금융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앞으로 과제는 기술을 활용해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줄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면서 "비금융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생활 속으로 들어가서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읽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핀테크의 무한 경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금융, 유통, 통신 등에서 페이 서비스가 출시돼 경쟁 중인데 승자는 손님이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오가닉 비즈니스' 기업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판매자나 유통자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가 마치 생명체처럼 성장하고 진화하는 모델을 말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디지털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중단 없는 혁신을 통해 미래금융을 선도해야 한다"며 "데이터분석, 로보어드바이저, 생체인증 등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 영역에는 인력을 늘이고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올원뱅크 고도화, 빅데이터 활성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자"고 당부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역시 "위비플랫폼과 유통, 헬스케어, 교육 등 온·오프라인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타행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 최고의 금융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전했다.

◆ "그룹사 전체가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

금융권 CEO들은 또 그룹사간 협업 체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업권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사 전체가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우 회장은 "그룹 차원의 고객정보 분석을 통해서 보다 고도화되고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며 "또한 디지털, 글로벌, 자산운용 등 협업 확대가 필요한 영역을 검토하는 동시에 그룹 자원의 공유 체계를 업그레이드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도 "모든 계열사가 한팀이 돼 그룹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올해부터 지주와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을 시작하는 자산관리(WM)과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KB만의 시너지 창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정태 회장은 "그룹 차원의 원 컴퍼니(One Company)를 지향해 채널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상품개발 통합 플랫폼 구축에 주력해 손님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회장은 "리테일 부문에서는 고객정보 공유와 그룹 내 중복 고객화에 힘써 주고 CIB 부분에서는 농협금융의 내부역량만으로 파크원 개발 사업을 성사시킨 저력을 살려 공동투자 발굴에 더욱 노력해 달라"며 "지주는 시너지 평가체계를 더욱 다듬어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