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사기대출 나 아닌데...억울한 '동산담보대출'

2017-01-01 17:02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동양생명의 육류담보사기대출이 도마에 오르며 동산담보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804억원의 육류담보 사기 대출에 휘말린 동양생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동양생명뿐 아니라 저축은행·캐피털사에서도 하나의 담보를 놓고 여러 금융사가 중복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 일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육류담보대출은 소고기 등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동산관리법과는 차이가 있다. 금감원 신용감독국 관계자는 "동양생명건은 과거 관행적으로 한 양도 담보대출의 일종으로 동산담보법에 의한 대출과는 전혀 다르다"며 "또 동산담보법상에는 저축은행으로 대출 취급 확대가 안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012년 6월 부동산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이 유형자산, 재고자산, 매출자산 등 동산에 담보등기를 설정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동산담보법)'을 제정했다.

대법원의 동산 등기예규 마련 등의 일정이 늦어지면서 8월부터 은행권에서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다.

동산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은 당초 일괄적으로 40%로 적용했지만,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3년 4월 담보 종류, 관리방식, 차주의 신용도 등에 따라 차등화했다. 예를 들어 냉동 육류로 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시장에서 냉동 육류가 1000원으로 거래될 경우 담보가치를 500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감정평가인력을 양성하고 은행권 공동의 체계적인 담보물관리 시스템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2015년 말 개설하겠다고 발표한 중고기계 매매시장도 잠잠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동산담보대출 활성화가 잘 안돼서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2006년~2016년 9월까지 동산담보대출잔액 추이 (단위: 백만원) [사진=금융통계정보시스템]


실제 동산담보법이 제정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출잔액이 확대됐지만 이후 감소세다. 1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동산 담보대출잔액은 2013년 1조4256억, 2014년 1조8998억, 2015년 1조6433억, 2016년 9월 1조217억이다.

이 기간 부동산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 9월 2141조 수준인 것에 비하면 비중이 현저히 낮다.

은행권에서 동산담보대출을 반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담보물에 대한 가치평가도 애매한 데다 아파트나 토지처럼 경매 등을 통해 쉽게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이 부족하다. 아울러 부동산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 담보 추적이 어렵고 가치가 훼손·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이중 담보제공 및 제3자 선의취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담보대출 취급 시 담보물이 '정규담보'로 인정받으면 여신취급이 용이하지만 국내은행 심사부서에서는 대부분의 동산담보를 정규담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동산담보대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를 제시하면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지금까지 은행에서만 동산담보대출을 취급했지만 올해 본격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사물인터넷기술을 활용해 위치추적이 가능한 동산담보대출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