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스터' 김우빈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2016-12-29 00:05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박장군은 곧 김우빈의 장기이기도 하다. 대중이 가장 좋아하고, 그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연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들과 다른 지점이 있다면 그건 특유의 리듬감이라고 할 수 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의 속고 속이는 추격전. 김우빈은 이 치열한 경합 속, 박장군만의 리듬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장군은 김우빈이 장기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분야의 캐릭터였다
- 기존에 제가 보여드렸던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고를 때는 오직 시나리오를 본다. 제가 재밌어하고, 공감되는 캐릭터가 우선인데 장군의 경우 특히 욕심이 났다.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기존에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걸 보여줘야지 하고 계산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젊고, 시간도 많으니 천천히 보여드리고 싶다.
늘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캐릭터 백문백답을 만들곤 하지 않았나
- 이번엔 백문백답을 거치지 않았다. 뭔가 저를 가두는 느낌이 들더라. 물론 백문백답에 장단점이 있고 장점도 많지만 명확해질수록 의도와 벗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에게, 대본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캐릭터의 접근법에서도 변화가 생겼을까?
-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설정을 넣기도 하고, 의도적인 부분들도 만들었다. 서로의 호흡에 맞춰서 더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앞으로 백문백답을 안 할 것이라고는 못하겠다. 필요하다면 만들 수 있다.
이병헌·강동원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 설렘도 있고 부담도 컸을 것 같다
- 시나리오를 보면서 재명과 진 회장 사이에 껴서 분량이 꽤 되더라. 회차도 많았고…. 그래서 부담이 컸다. 제가 출연을 결정할 땐 이미 강동원, 이병헌 선배가 출연을 결정한 뒤였다. 거기에 진경 선배, 엄지원 선배, 오달수 선배 등 다른 분들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부담이 배가 됐다. 하하하.
어떤 점이 그렇게 걱정됐나?
- 장군은 모든 캐릭터를 만나는 인물이다. 상대가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니까 조금씩 더 준비해야 했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물마다 차이를 주고 싶었다. 실제 사람들이 그렇듯 약간의 호흡과 눈빛, 그 관계들의 사연을 생각하고 선배들의 연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정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갔다.
기본적으로 구축해놓은 장군의 틀은 무엇인가?
- 장군이 캐릭터를 만들 때 제 주변에 있는 천재 같은 친구들을 떠올렸다. 천재 느낌이 안 나고 오히려 약간 바보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어떤 분야에 있어 유독 다른 사람처럼 돋보이는 느낌이 든 친구들. 거기에 20대 특유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업할 때만 느낌이 달라지길 바랐다.
해커 역을 위해서 따로 준비한 부분이 있나?
-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커의 모습은 빠른 타자를 치고, 복잡한 걸 다루는 느낌인데 장군이는 반대로 좀 편안한 인상이길 바랐다. 가장 편안한 공간과 자세로 작업하길 바랐던 것 같다. 단축키를 설정해서 필요한 것만 쓰는 느낌? 오류가 나면 마우스를 사용하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저만의 단축키를 설정해서 사용하곤 했다. 다행히 CG가 붙으니까 상상한 모습과 다르지 않더라.
선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 전 정말 운이 좋은 애 같다. 너무 좋고 즐거웠다. 진경 선배 외에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분들이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좋은 분들이더라. 연기에 있어 정말 열정적이셨다. 현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공부였다.
다른 배우들이 박장군이 애드리브가 그렇게 많았다고 폭로하던데
- 사실 전 애드리브를 잘 안 하는 편이다. 대본대로 충실하게 하는 타입이고 그렇게 연기를 배워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어떤 호흡으로 가야하는지 의문스러웠던 부분들을 보면서 그랬다.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장군에게 다가가니까 ‘장군이라면…’ 하고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장군이가 더 살아 있게끔 하였다. 가장 장군이다운 걸 찾으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춤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영화 ‘스물’이 연상되기도 하고
- 춤과 인연이 깊다. 하하하. 춤추는 게 정말 힘들었다. 장군이에게 맞게 춰야 하니까. 제가 그 춤을 4회 차에 찍었는데 정말! 민망하더라. 다들 서먹한 상태에서 열심히 춤을 추는데 제가 또 뻔뻔한 성격은 아니라서. 음악이 없으니 더 민망했던 것 같다. 발견하셨을 수도 있는데 사실 그 춤의 콘셉트는 비욘세였다. 혼자 비욘세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는데 의상 실장님이 딱 알아맞히셨다. 촬영이 끝나고 제게 ‘나 알았어! 비욘세지?’라고 하시더라. 그 순간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쩌면 이런 부분도 막내 노릇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
- 제가 막내다 보니 재롱을 떨어야 하는데 사실 그게 조금 어려웠다. 저는 (선배들에게) 잘할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분위기를 못 만들겠더라. 선배들이 어려워서 그랬나…. 그것보다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필요하신 부분들을 찾으려고 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상의도 많이 하고 헷갈리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은 서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관계였다. 그 기 싸움에 눌리지 않기 위한 김우빈만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 마지막 장면이 특히 그랬다. 진 회장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최대한 버틴 것 같다. 제가 팽팽하게 맞서야 재명 또한 상대가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일종의 동지 의식이랄까? 제가 약해지면 재명도 약해질 것 같은 느낌이라서. 그 장면을 찍을 때 걱정이 많았다. 사실 병헌 선배의 에너지는 뭐랄까 약간 좀…무섭다. 그 기운, 공기가 있는 것 같다. 카메라가 선배의 에너지를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마주 보고 연기하는데 압도될 것 같더라.
재명과의 케미스트리도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다
- 저도 좋았다. 하하하. 마지막 장면은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실제로도 동원 형과 정이 많이 들어서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다. 마지막 촬영은 정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PD님도 감독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하셨다. 친한 사람들이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포옹 한 번 할까?’ 하는 애드리브도 나온 것 같다.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김우빈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 같다
- 사실 드라마 작업은 정말 좋았다. ‘함부로 애틋하게’에 관한 기대치에 부담도 느꼈지만, 마지막 방송은 그런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절대 낮은 수치로 끝난 건 아니었다. 제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물이 있다면 그건 ‘함부로 애틋하게’를 만난 일이다. 드라마를 찍고 1년 가까이 시한부로 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든 일에 부질없음을 느꼈는데 동시에 건강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던 것 같다. 평소 사람들이 감사하다고 많이 말하지만 내 건강과 목숨에 관련된 건 저도 모르게 잊고 사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각에도 건강과 싸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작품 아니었다면 아마 못 느꼈을 거다.
드라마에서는 깊은 감정연기를 많이 했는데, 영화에서는 감정연기 할 부분이 드물었던 것 같다
- 그런 운명 같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아서 생긴 것과 비슷한 장르들이 들어왔다. 대체로 파이팅 넘치는 자극적인 작품들. 하하하. 그런데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도 생각지 못했던 캐릭터들을 많이 보내주신다. 한 작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시나리오를 읽고,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