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씽’ 엄지원의 고군분투
2016-12-01 16:55
11월 30일 개봉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이하 ‘미씽’) 역시 마찬가지다. 사라진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 분)를 찾아 나서는 5일간의 사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현실 혹은 현상에 대한 지선(엄지원 분)의 고군분투다. 어떤 편견과 현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는 배우 엄지원을 만났다.
이번엔 워킹맘 역할이었다. 일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지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워킹우먼으로서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업이며 삶의 방식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했으면 바랐다. 처음에는 지선의 직업이 작가였던가 모호하게 그려져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드라마 홍보 직원으로 삼았다. 제 주변에 홍보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이들의 디테일한 면면을 관찰할 수 있었다.
워킹맘 역할에 맞게 외적인 디테일도 살린 것 같았다
전작 ‘소원’도, 엄마로서 상처받고 어떤 것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었다. 또다시 아이를 잃는 엄마 역할을 맡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처음엔 스토리도, 역할도 모르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보통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재미나 캐릭터에 대해서 매우 많은 부분 계산하곤 하는데, ‘미씽’은 계산할 틈이 없었다. 아주 재밌었고, 이상하리만큼 지선 역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내일 연기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원’으로 힘든 감정을 소화했는데도, 걱정보다 기대가 더 앞섰나보다
그 당시에서 쌓아온 연기적인 부분들이 ‘미씽’에 도움을 줬을까?
- 자신감이 있었다. 이상하게 지선의 마음이 너무도 공감이 갔다. 이전에는 감정은 알겠지만, 동의가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지선의 경우에는 달랐다. 내 이야기 같았고, 친구의 이야기 같아서 자연스럽게 인물에 동화될 수 있었다.
지선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모성애 연기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 이 사건은 지선이 피해자이면서도 한매를 쫓아가는 화자기도 하다. 지선의 시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영화인데 지선에게 이입이 안 된다면 재미가 반감될 거로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고, 엄마의 마음을 내게 이입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가장 큰 숙제라고 할까?
처음에는 지선 캐릭터가 비호감이라는 평이 많았다고
- 저야 너무 재밌게 읽어서 몰랐는데 지선 캐릭터가 비호감이라는 평이 많았다. 너무 일반적이고, 일도 못 하고, 애도 잘 돌보지 못하는 모습이 그렇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여자들이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이길 바랐고 세밀한 부분들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 오해를 살 수 있는 요소들을 다듬는 과정에서, 지선의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였다.
중국인 보모에 관한 괴담은 엄마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괴담이라던데
- 다들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보통 스릴러라고 하면 어두운 곳,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벌어질 것 같은데 내 집에서 가깝게 지냈던 사람과 벌어지는 무서운 일이니까. 사실 한매와 지선에게서는 한국 사회 속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이고 그 점들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한국적인 스릴러가 그려지는 것 같다. 감정의 굴곡이나 공감의 코드를 가져가면서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서 여성 관객, 남성 관객 모두에게 흥미를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통의 스릴러 영화와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특히 남성 캐릭터들이 그랬다. 그간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맡았던 보조적인 롤, 또는 캐릭터 붕괴 같은 지점들이 그렇다고 해야 할까? 특히 현익의 경우에는 너무 쉽게 사건의 전모를 풀어가는 게 아니냐는 평도 있었다
- 현익에 대한 부분은 우리끼리도 이야기가 있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술술 사건의 전모를 부느냐며….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취조실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들이 조금 바뀌었다. 지선이 피해자인데도 현익에게 빌고 처절하게 매달리지 않나. 아이를 위해서 뭐든 하겠다면서. 이런 모습에서 현익은 한매를 떠올린 것 같다.
그런 남성 캐릭터들의 허술한 모습이 통쾌하기도 하고?
- 그런가? 하하하. 남자 감독님이 그리는 여성 캐릭터에 부족함을 느끼듯이, 여자 감독님 역시 마찬가지였던 건 아니었을까? 여자 감독님에 주연 배우도 여자들이다 보니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추가하는 과정이 더 활발했던 것 같다.
촬영장이 굉장히 고됐을 거라 짐작하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즐거웠던 모양이다
- 일단! 신선했다. 여자 감독님과 호흡은 처음이라서 같이 대화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함께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느낌이랄까? 여배우들끼리 기 싸움은 없었느냐는 황당한 질문도 받곤 했는데 전혀 그런 사이도 아니었다. 너무 잘 맞고 치열한 현장에서 함께 싸웠고, 숙소에서는 팩도 만들어 붙이면서 알콩달콩 지냈다. 힘들었던 촬영인 만큼, 정말 너무도 애틋하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