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의 '그릇'에 담긴 것
2016-12-16 18:28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변요한의 영역을 실감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을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속에서 변요한은 과거의 수현 역을 맡아 어떤 캐릭터도 담을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증명해냈다.
기욤 뮈소의 원작 소설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 군대에서 처음 접하게 됐다.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부담이 큰데, 홍 감독님이 리메이크한 걸 보고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2인 1역은 어땠나?
- 고민이 많았다. 한 신, 한 신 계속 생각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2인 1역이다 보니 닮은 부분도 있어야 하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
김윤석 배우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면서 연기를 맞춰가기도 했나?
- 그렇다. 2015년에서 1985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앉아있는 자세나 모양새가 최대한 비슷하기를 바랐다. 너무 똑같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서 아주 작은 변형을 주려고 했다. 표정이라거나 담배 피우는 입술 모양 등을 신경 썼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느낌으로.
한수현 캐릭터를 위해 김윤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김윤석 선배님께서 많은 부분을 열어주셨다. 과감하게 받아주시더라. 저는 김윤석 선배가 보여주는 수현보다는 더 풋풋하고, 뜨거운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상반되는 모습이 보이도록.
2인 1역을 연기하면서, 두 사람 모두 한수현에 일체 했다는 느낌을 받은 신이 있다면?
- 아주 명확하게 기억이 난다. 마지막 바닷가 신이다. 모든 걸 정리한 과거의 수현과 현재의 수현이 바닷가를 걷는 장면인데 선배님께서 제 어깨를 잡으며 ‘이제 네가 할 차례야’라고 말씀하셨다. ‘보고 싶을 거예요 한수현’이라는 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대사도 아니었고, 애드리브였다. 나를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가 보다
- 역할에 몰입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것 같다. 연아에게 풍선으로 고백하는 장면도 제 아이디어였다. 6~7년간 사귀면서 여자친구에게 잘 못 했던 수현이 부끄러움을 누르고 할 수 있는 최대의 고백 같은 느낌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촬영하다 보니 풍선이 많이 보였는데 자연스럽게 ‘고백신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요망’ 타투신도 인상 깊었다. 투박한 게 한수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 투박한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글씨체를 보고 결정한 거였다. 제 팔에 새겼을 때, 세련된 글씨체의 타투는 영화의 감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의 배경이 1985년대였다. 시대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 제가 태어나기 1년 전 이야기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80년대 음악을 많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정서를 만들어주니까.
상업영화로는 첫 주연작이다. 부담감도 따를 텐데
-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없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똑같이 부담이다. 처음 영화제에 갔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연기적인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많다. 가수들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고민이 있을 거다.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고민할 것 같다. 가수든 배우든 모두 공통되는 건 메시지 같다. 이걸 담을 만한 그릇이 되나? 자괴감이 느껴진다. 한때 저를 많이 미워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주고 싶다. 그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늦게 알았다. 노력은 하되,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생각의 전환을 맞게 된 계기가 있을까?
-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그땐 정말 조급했던 것 같다. 무엇이 조급한지도 모른 채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데 독립영화는 늘 불안한 데가 많으니까. 오늘 찍다가도 ‘내일부턴 안 나와도 돼. 조금만 쉬다가 찍자’고 하기도 한다. 그런 불안감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결국은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지만 과도한 열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아픔을 넘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변요한이 거둔 성과에 비해 불안이 큰 것 같다
- 연기를 못하게 될까 봐 불안하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정말 잘하는데 대중을 못 만나는 이들이 있지 않나. 물론 그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하지만,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제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희소성이 사라질 것 같다.
지금, 배우 변요한이 가진 희소성은 무엇인가?
- 열정?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저는 기술이 없다. 지금은 무조건 돌직구니까.
그 돌직구에 많은 관객이 열광하지 않았나. 본인은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어떤 이미지도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 하하하. 그런가. ‘미생’이나 ‘육룡이 나르샤’를 끝내고 취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많은 사랑을 주신 게 감사하지만, 그 캐릭터를 빨리 잊는 게 숙제라고 생각한다. 잊히더라도 빨리 벗겨내고 다음 작품을 위해 달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달콤함을 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