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이 금융위원장으로서 바라는 한 가지는....

2016-12-28 12:00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임 위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금융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핵심 법안들이 국회에 묵혀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송년 오찬간담회에서 "법 때문에 완성하지 못한 금융개혁이 많다"면서 "쉼 없이 달려온 금융개혁을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임기 중에 이뤘으면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임 위원장은 이어 "올 한 해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생각해봤더니 작년 송년회 때 '2016년에는 거친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입방정을 떨었다가 험난해 진 게 아닌가 싶어 이번에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8일 취임한 이후 2년 가까이 금융개혁에 매진해왔다. 금융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추진한 4대 개혁(공공, 교육, 노동, 금융) 중 하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를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개혁으로 인해 보신주의적 문화가 팽배했던 금융권의 해묵은 관행이 개선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대표되는 성과주의 확산 등은 노사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내년에 소망하는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과 거래소 지주회사 관련법 개정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본시장법의 경우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 활력을 찾기 위한 필수 과제"라면서 "그게 안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자본시장으로 평가받는 나라 중 우리처럼 거래소가 통합된 곳은 없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코스닥·파생상품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시에 활력을 불어 넣고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해 동력을 상실했다. 실제 거래소는 지난해 만든 지주 전환을 위해 만든 테스크포스(TF) 해체를 예고했다.

은산분리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냈다.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 최종 연계 등을 거쳐 빠르면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탓에 K뱅크가 영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기존과 다를 바 없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한 은산분리법 때문에 K뱅크 설립을 주도한 KT 대신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IT기업 주도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아울러 가계부채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중에서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느끼는 건 자영업자 분야"라며 "자영업자 대출은 직접 생계와 관련되는 금융 수요이기 때문에 지원을 안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자영업자 대출 부분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연착륙할 수 있게 하는가는 금융위가 잘 봐야할 테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련해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이게 잘 작동하는지 체크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련했다"며 "향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이뤄지면 가계 부채 증가세도 뚜렷하게 둔화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