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전쟁에 빠진 여의도…결선투표제 도입 둘러싼 법적·정치적 쟁점
2016-12-27 15:24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여기에는 ‘헌법 개정 사안이냐, 법률 개정 사안이냐’의 법적 논쟁은 물론, ‘판 흔들기’를 위한 후발 주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조기 대선 정국이 고차방정식인 ‘룰 전쟁’에 빠진 셈이다.
특히 27일 여권발(發) 정계개편에 불을 지핀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출범으로 사실상 조기 대선이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결선투표제 도입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그간 결선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논의를 통한 공동 법안’이란 절충점을 내놓으면서 공은 ‘다당 체제’인 여의도로 넘어왔다.
◆헌법 제67조2항 해석 놓고 의견 분분
87년 체제 헌법은 결선투표제 조항을 명문화하지 않았다. ‘대선 방식’과 관련된 조항은 헌법 제67조2항과 제3항, 두 개뿐이다. 이 중 ‘결선투표제 도입=개헌 사항’의 근거는 제67조2항의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동점자 규정이다.
현행 헌법에 과반 득표자 미달 규정이 없는 것은 단 한 표라도 많이 받는 후보가 당선되는 ‘상대 다수대표제’ 원칙을 전제로 한 만큼, ‘절대 다수대표제’를 근거로 하는 결선투표제 도입 땐 개헌이 필수라는 것이다. 또한 동점자 규정 시 국회의 ‘간선을 통한 선출’을 명시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공선법 개정 사항이라는 근거는 헌법 제67조5항의 ‘대통령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공선법 제187조1항의 ‘대선에 있어서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규정이다. 헌법학계 내부에서도 ‘현행 헌법이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공선법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결선제, 정권정당성 확보·명분 없는 단일화·사표 방지책
특히 헌법 제67조2항의 경우 87년 개헌 당시 국회의 대선 선출 권한 부여라는 상징적 규정으로 들어간 만큼, 개헌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과 같다. 결국 결선투표제 명문화 없이 공직선거법에 위임한 ‘대선 선출 방식’이 개헌 사항이냐가 핵심인 셈이다.
정치권 논쟁은 더욱 복잡하다. 결선투표제는 진보진영의 오래된 어젠다(의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묻지마식 단일화’와 ‘사표 논쟁’의 근절과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 당위성이 제기됐다.
실제 87년 체제 이후 실시된 13대(1987) 대선 때 노태우 정부 36.6%를 비롯해 △14대(1992) 김영삼 정부 42.0% △15대(1997) 김대중 정부 40.3% △16대(2002) 노무현 정부 48.9% △17대(2007) 이명박 48.7% 등으로 과반을 밑돌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정부가 51.6%를 차지했지만, 문 전 대표와의 양자 구도 탓에 범야권 후보가 대거 단일화를 위해 사퇴했다.
여야 대권잠룡들은 ‘동상이몽’이다. 가장 적극적인 쪽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로, 법률 개정을 통한 즉각 반영을 촉구한다. 국민의당은 이날 결선투표제의 당론으로 발의키로 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조건부 찬성’이다.
반면, ‘대세론’인 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은 ‘선(先) 국회 논의’ 쪽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으로 시간이 촉박해 대선 권력구도를 둘러싼 논쟁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