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 이어 금융도 실업 실업 대란…내년엔 더 심각

2016-12-26 18:00

아주경제 홍성환·김은경 기자 =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후폭풍, ‘최순실 스캔들’로 인한 정책공백 등이 겹치면서 실업대란 쓰나미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0월 제조업 취업자는 1년전보다 11만5000명 줄어 7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청년실업률은 8.5%로 1년전보다 1% 이상 높아지면서 동월기준으로 17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는 1년전보다 8만4000명 늘었다.

제조업에서의 실업 대란이 금융권에도 전이되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편화 등으로 기존처럼 거대한 인력 조직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 경영 환경이 앞으로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인력 감축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은행권 희망퇴직 연례행사 자리매김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희망퇴직을 연례행사처럼 실시하고 있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이 이전보다 확대되면서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근속 10년차 이상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결과 2800여명이나 지원했다. 지난 2010년 3244명이 희망퇴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말 농협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에는 411명이 신청하며 작년(344명)보다 20% 가깝게 늘었다.

KEB하나은행은 통합범인 출범 1년 차였던 지난해 특별퇴직을 통해 전체 임직원의 4.3%에 해당하는 690명을 내보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170명을 희망퇴직 명분을 감원시켰다. 통상 연초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신한은행은 올해 초 임금피크제 대상 140명 중 120명이 신청했다.

문제는 은행권의 감원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점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필요한 인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지난 2012년 33.8% 수준이었던 인터넷뱅킹 비중은 올해 9월 현재 42.8%까지 상승했다. 반면 은행 창구 비중은 같은 기간 13.0%에서 10.1%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중간 관리자급 이상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로 인해 각 은행마다 인사 적체가 심한데다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인터넷뱅킹 활성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점포 인력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었다"면서 "따라서 앞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감원 한파가 매섭다.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업계에서는 앞으로 상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증권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증권업계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회사 매각과 인수·합병 등이 감원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 통합 KB증권 출범을 앞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최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현대증권은 만 45세 이상, 근속년수 2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하고 170여명의 퇴직을 결정했다. KB투자증권도 52명의 희망퇴직 인원을 확정했다.
 
이달 말 합병법인 출범 예정인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현재까지 희망퇴직을 비롯한 인적 구조조정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력 감원 수순을 밟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의 구조조정 한파는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진행됐다.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책에 맞춰 인수·합병 등으로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선 대형 증권사들이 통합 이후 중복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식이다.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도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150여 명을 줄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9월 말 기준 56개 증권사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 수는 각각 2만6694명, 7794명으로 총 3만4488명이다.

이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정규직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었다. 정규직 수는 2011년 12월 말 3만4329명이었지만, 2014년엔 2만8401명으로 감소했다. 2015년 말에는 2만7274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만7000명을 밑돌고 있다. 반면 2014년 6776명이었던 계약직 수는 올해 78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증권업계 감원 칼바람은 본사뿐 아니라 지점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초대형 점포 설립이 본격화되면서 지점 간 통폐합에 따른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증권사와 초대형 점포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새로 뽑는 것도 어렵다"… 내년 금융권 채용 한파

내년 은행권에는 채용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력을 줄이고 있는 추세인데 채용 인원을 대폭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전년에 비해 크게 줄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정규직 신입행원 공개채용에 나선 것은 신한은행이 유일했다. 나머지 은행들은 하반기 채용만 실시했다. 하반기 신입 채용 역시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든 모습이다.

작년 하반기 240명의 일반직 신입직원을 채용한 신한은행은 올해 200명 정도 뽑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명 내외를 선발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00명 안팎의 인원을 채용했다. NH농협은행은 하반기 140명을 채용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막 하반기 공채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채용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하지만 대면 거래 비중이 줄어들면서 점포 통폐합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채용 인원을 확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