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김기춘 자택·조윤선 집무실 등 10여곳 압수수색(종합)

2016-12-26 13:31
김 전 실장 직권남용 외 직무유기 의혹 수사 조만간 착수할 듯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오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 및 자택 등 10여곳에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는 현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깊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검팀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 관련 수사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 전 실장 자택에 수사팀을 보내 비서실장 시절 업무 관련 기록과 각종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특검팀은 정부세종청사의 문체부 사무실과 관계자들의 자택 여러 곳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도 포함됐다.

이날 특검팀은 '문체부 인사 전횡' 등 김 전 실장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건됐다.

이 같은 의혹은 10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을 통해 "김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고 밝혔다. 6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이 중 3명은 공직을 떠났다.

최씨가 사실상 지시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지닌다는 해석을 낳았다. 재단 설립에 앞서 업무를 관장하는 문체부를 길들이려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김 전 실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문체부 전 고위 간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도록 힘써달라고 김 전 실장에게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최근 유 전 장관을 제3의 장소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
졌다.

앞으로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외에 직무유기 의혹 수사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이 불거진 문화예술정책실 산하 예술정책국도 포함돼 특검이 관련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았다고 주장하며 이달 12일 특검팀에 고발했다.

그해 9월 세월호 생존자 구조작업에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차단하도록 모의하고, 계획이 불발되자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물러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문체부 관계자들과 김 전 실장을 소환해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특검팀은 작년 7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해 문 이사장과 김 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두 사람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