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란 제조업 넘어 금융으로… 세밑 감원 칼바람 분다

2016-12-26 18:00

 

아주경제 홍성환·김은경 기자 = 조선·해운 등 제조업에 이어 금융업계에도 매서운 감원 한파가 몰아닥쳤다. 수년 간 희망퇴직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이 연례행사처럼 굳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부터 시작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업계의 희망퇴직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들은 이미 희망퇴직을 신청받았고, 내년 초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 곳도 많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이 확대되면서 감원 규모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 받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전체 직원의 14% 수준인 2800여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 2010년 3244명 퇴직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4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신한은행은 예년과 같이 내년 초 실시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감원 칼바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희망퇴직 형태의 인력 구조조정은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 임직원 수는 크게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특수은행 직원은 모두 13만217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12월 말(13만990명)의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이처럼 은행들이 인력을 줄이는 것은 중간 관리자급 이상이 많은 '항아리형'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인사 적체가 심하고,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필요한 인력도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된 상태다. 따라서 은행권의 감원 추세는 점점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바일뱅킹과 같이 비대면 거래가 늘어 점포 인력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면서 "당장 퇴직금 등으로 나가는 일회성 비용이 상당하지만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올해 초부터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21년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저성장 기조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20년 이상 근무한 4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AIA생명 역시 지난 2011년에 이어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도 지난달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월에 이어 10월 두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지난 6월에는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증권업계의 감원도 현실화되고 있다. 내년 통합 KB증권 출범을 앞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최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150여명을 줄였다.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아직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없지만 합병법인이 탄생하면 대규모 감원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