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패리티 시대 열릴까...딜레마 떠안은 유럽경제
2016-12-20 15:29
달러·유로 교환비율 1:1 되는 패리티 전망 높아져
ECB 매입 규모 축소 계획에 '테이퍼링' 지적도
ECB 매입 규모 축소 계획에 '테이퍼링' 지적도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내년께 '패리티(parity) 현상'이 현실화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새로운 양적완화(QE) 정책이 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주목된다.
◆ 달러 강세 전망 속 패리티 가능성 커져
패리티는 미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가 동일해져 등가에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유로화는 지난 1999년 출범한 뒤 지금까지 달러화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ECB가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했던 지난해 3월부터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패리티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CB는 이달 초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 매입 규모를 내년 3월에서 12월까지 9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매입 규모는 기존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기간상으로는 늘어나지만 9개월만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는 셈이다.
테이퍼링이 시행되면 신흥시장에 몰린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금을 급격하게 빼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시장 전망에 대해 "이번 결정은 양적 완화를 확대하는 것으로 테이퍼링과는 상관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시장 안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국가 간 부양 효과 불균형...ECB 딜레마 되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자 보도를 통해 ECB의 부양책이 각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정책대로라면 경제가 탄탄한 나라에 부양 효과가 집중되는 반면 정작 부양 효과가 필요한 국가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ECB는 각국 회원이 내놓은 자본금 비율에 맞춰 채권 매입 규모를 분배한다. -0.4% 이상의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되, 매입 목표는 물량의 1/3이상을 넘기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두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다소 제한선을 해제했지만 각국의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는 자금 조달금리를 조정해 경제 기반을 다지는 데 목표가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4%대에 이르는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에 필요한 제도다. 실제로 ECB가 통화 공급을 늘리면서 부실 경영을 이어왔던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권 은행의 상황은 상당 부분 호전됐다.
그러나 ECB는 지난 3월 이후 포르투갈 국채를 쿼터 대비 30억 유로 덜 매입한 반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3%에 인접한 독일 국채는 쿼터보다 80억유로 더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ECB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한 독일 정치권과 유럽연합(EU) 의회의 눈치를 보다가 정책 보완에 나서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CB 정책에서 상당한 금전적 도움을 주고 있는 독일에서 내년께 총선 등 정치 이슈가 예정돼 있는 것도 ECB의 고민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부양 효과를 100% 내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ECB가 시장의 우려를 흡수해 정책을 선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