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주류, 비대위원장에 유승민 추천키로…친박 거부 시 '분당' 불사

2016-12-19 18:06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 비상시국회의에 유승민 의원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의 비주류 의원들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여권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을 추천하기로 19일 의견을 모았다.

이날 비박(비박근혜)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이 됐던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들 15명은 국회에서 모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정병국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당(分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됐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독배라도 당을 살리는 길이라면 하겠다는 입장을 유 의원이 보였으니 그렇다면 유 의원이 하는 것이 괜찮지 않겠느냐고 잠재적으로 논의했고, 유 의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모임에서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전달했으나, 통화가 안 돼 문자메시지로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비주류 의원들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되, '전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도 전날 '전권'이 보장된다면 독배를 마시겠다며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조건부 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사실상 친박계 인사인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원장 후보에 관해 "당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사람은 안 되고 같이 갈 수 있는 '합당한' 인사"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인사여야만 '전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 의원에 대한 비토를 주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받은 이야기가 아니고 일단 우리 입장을 전달했으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분당 가능성에 대해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을 기다려보고 공식적 입장이 나오면 그 때 말씀드리겠다"면서도 "많은 의원들과 그런 가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나 아직 결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친박에서 유 의원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권성동 의원은 "결국 각자 다른 길로 가서 깨끗하고 선명하고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수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분당을 하게 되면 개별탈당이 아니라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