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속도 빨라지면 외환보유액 안심 못한다"
2016-12-19 18:08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국내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르게 유출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한국과 미국간 내외금리차가 축소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고 들어왔던 외국인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국내 증권·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순유출 규모는 2조988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서 내년에도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앞서 작년 12월 미국의 1차 금리인상 당시 3개월간 6조3340억원의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개월 후 3조원이 유출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상황이 이렇자 선제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1997년 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과 2017년 위기예방을 위한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외환위기 직면 시 필요한 외환보유액은 4473억 달러 수준으로 753억 달러 부족하다"며 "위기 발생 시 내국인의 자본유출과 한국기업 해외현지법인의 현지금융까지 고려할 경우 최소 1000억 달러에서 최대 15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인상에도 급격한 외화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외금리차가 좀 더 축소돼도 현 단계에서는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 높지 않다"며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민간 외화유동성 사정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