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소년이 온다' 출간 후 블랙리스트 올라"
2016-12-14 08:50
13일 광주서 열린 '치유의 인문학' 강좌에서 이 같이 밝혀…"5·18, 아직도 계속돼 뼈아프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소년이 온다'를 출간했을 때부터 내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프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은 지난 13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치유의 인문학' 강좌에서 최근 논란이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이 매우 아프지 않았냐"며 "1980년에도 평화적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일어나 서울의 봄이 왔지만 군부가 집권했다. 이번이 기회가 돼 (우리 사회가)제대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광주 상황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특히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이한 중학생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내 고통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쓰면서도, 쓰고 나서도 악몽을 꾸고 고통스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읽으면서도 고통스럽다는 분들도 있었다"며 "그 고통의 원인은 우리가 인간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이스마일 카다레의 에세이도 언급했다. 그는 "카다레가 탈고 후 버스에서 전쟁 뉴스를 듣고 '다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어 '아, 내가 인간을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그 에세이가 나를 구해준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혹함을 딛고 존엄, 사랑으로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도 "조금씩 애쓰면서 더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계속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