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정국] 재계, ‘트리플 악재’ 속 내년 사업계획 수립 박차…“그래도 재계 시계는 돌아간다”

2016-12-13 16:29

아주경제 김봉철·유진희 기자 = 재계가 ‘장기 불황’과 ‘트럼프 변수’,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치는 이른바 ‘트리플 악재’ 속에서도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2017년 전망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28년 만에 9개 그룹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장에 한 자리에 모인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대외 신인도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관련 기업들은 해외 투자 계획 및 수주 프로젝트 점검에 일제히 나선 상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 및 주주들을 상대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듯 보이면서도 속내는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사업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기업 신인도 하락, 반기업정서 확산 등 재계의 애로점을 대변하는 창구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요 대기업이 사업계획을 짜는 데 있어서 최대 화두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슬림화’가 될 전망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평소에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것은 모두 다 적당히 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이 같은 필요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경영 마크로밀엠브레인 연구원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으로 국내경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면서 “대외적인 문제에 좀 더 담담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예정된 인사는 미루면서도 내년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사장단 인사를 비롯해 경영계획은 연기했으나 올해 계획한 투자계획은 모두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총 27조원의 투자계획 가운데 3분기까지 약 14조7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고, 연말까지는 나머지 12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이미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내부정비 작업을 마친 만큼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초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인사를 단행한 LG는 신성장사업을 지휘하는 구본준 부회장과 새롭게 LG전자 1인 CEO(최고경영자)가 된 조성진 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신년 사업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10월 말 롯데 비리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약속은 롯데그룹의 주력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여수공장 증설로 이어졌다.

김근배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악화로 최근 일부 사업을 축소하는 등 경영방침을 보수적인 방향으로 잡는 기업이 많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혁신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