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포스트 탄핵 로드맵’…부역자 청산부터 민생·개헌까지 ‘첩첩산중’
2016-12-12 16:13
탄핵 이후 부역자 청산과 여야정 협의체 딜레마 가중…개헌까지 험로 불가피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제는 포스트 탄핵 로드맵이다.” 대한민국호(號)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대한민국호가 ‘정치·경제의 새판 짜기냐, 도로 적폐냐’의 갈림길에 섰다. 권력을 이긴 촛불민심을 오롯이 담는 국정 수습 방안을 마련해야 할 적기라는 얘기다.
특히 대내적 악재인 탄핵 리스크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정책 변화 대외적 악재가 맞물리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 정치권이 협치 모델을 앞세워 정국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12일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통한 민생의제 집중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책 영속성을 둘러싼 각론에서 이견 차가 큰 만큼 향후 갈등 진원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트 탄핵 로드맵의 핵심인 여·야·정 협의체의 최대 문제는 ‘구심점 부재’다. 이들은 첫 번째 관문이었던 ‘어색한 동거체제’를 형성한 경제부총리의 단일화 문제도 풀지 못했다. 야권은 애초 탄핵 대상으로 거론됐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를 인정키로 했다. 탄핵 정국에서 ‘선(先) 국회 추천 총리-후(後) 대통령 탄핵’ 로드맵을 걷어차서다.
제1야당의 좌고우면은 계속됐다.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경제부총리 문제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일임했다. 공은 제1야당으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냐, 임종룡 후보자(현 금융위원장)이냐가 결정되는 국면이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하고 여·야·정 협의체 가동 및 개헌 특별위원회(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형식 및 참여 범위 등은 추후 논의키로 결정했다.
순항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은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면, 여·야·정 협의체의 실질적인 협상 채널은 부존재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의 채널이 온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대화 창구마저 사라질 경우 ‘무늬만 여·야·정 협의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협의체 ‘조각권’ 갈등 진원지…개헌까지 첩첩산중
여·야·정 협의체의 가동 목적인 컨티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경영계획)은 간데없고 ‘정치 공동화 현상’의 민낯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권이 약속한 대로 여·야·정 협의체는 협의체대로 가동해야 하지만,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라며 “여야가 하루속히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가 어떤 택하든 여·야·정 협의체 본격 가동 이후 과도내각 구성을 둘러싼 갈등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경제부총리 선임 이후 ‘최순실 부역자 청산’을 고리로 ‘황교안 체제’를 대신할 권한대행으로 다시 세우는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황교안 체제’에 대해 “민심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전제를 까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경우 여·야·정 협의체의 조각권 행사의 합법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의 분수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의 키인 특별검사(특검)의 박 대통령 ‘제3자 뇌물공여죄’ 적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비롯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노동개혁 등의 갈등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여·야·정 협의체의 딜레마가 장기화된다면, ‘포스트 탄핵 로드맵’의 마지막 관문인 개헌도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에서 끝날 수도 있다. 김 원장은 “포스트 탄핵 로드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헌”이라며 “그간 개헌은 독재권력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최순실 게이트’도 독재정권 붕괴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