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가결 이젠 국정정상화다] '정치적 연금' 당한 박근혜…'대타' 황교안 역할 중요하다

2016-12-11 18:45
① 탄핵리스크 극복 정치권 앞장서야…대선 때까지 최장 240일 대통령 '공석'
첫 일정 합참 방문…외교·안보에 집중
장관 공석 인사권 행사엔 회의적 입장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합동참모본부를 방문, 군에 철저한 안보 태세를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안보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을 언급하면서 "사람이 실수하거나 방심해도 안보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장병 한사람 한사람이 사명감을 갖고 복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합참 방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연합]

황 권행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맡은 이후 첫 현장 일정으로 합참을 찾은 것은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수행했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9일 오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 군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당일 밤 9시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 최우선적인 비중을 두고 업무를 챙겨오고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63일동안 직무를 대행했던 고건 전 총리는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당시 대권주자로 떠오를 정도였다.

이에 따라 황 권한대행이 12년 전 고건 전총리를 교훈삼아 행정연속성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탄핵 가결 직후 황 권한대행이 취한 전군 지휘경계령, 외교부를 통한 각국 대사들과의 긴밀한 연락 조치는 모두 고 전 총리의 저서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진다.

또 청와대 집무실을 비워두고 총리실에서 청와대 수석들의 보고를 받는 낮은 자세의 리더십도 고 전 대행의 행태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한대행 사흘째인 1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국정을 챙기고 있다.

고 전 총리 측은 국내 언론을 통해 "황교안 대행이 원한다면 고건 전 총리가 직접 만나 조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운영의 일부인 인사권을 행사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현재 내각에서 장관이 공석이거나 교체 대상인 부처는 기획재정부, 국민안전처, 법무부 등 3개다.

기재부의 경우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이후 40일째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내정자 신분이 유지되고 있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지명 절차에 반발한 데 따른 것이나 최근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야 정치권에서도 경제부총리만큼은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 역시 경제부총리 교체의 시급성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경제지표에서 잇따라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경제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국의 주도권이 사실상 국회로 넘어가 있는데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여의도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총리실 관계자는 "현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 아니냐"면서 "경제부총리 공백으로 경제회복에 차질이 생긴다면 인사를 서둘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및 안전처 장관에 대한 인사는 회의적이다. 현 상태로도 국정 공백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정 공백이 없는 부처에 대해 굳이 인사를 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니냐"고 밝혔다.

여기에 내년 1월 31일과 3월 13일에 각각 퇴임할 예정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에 대한 후임 인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헌재의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황 권한대행이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면 정치적인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다만 총리실은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된다고 해도 협의체에서 인사를 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협의체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인사권만큼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게 총리실의 입장이다.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을 두고  '고건모델'만 따라 해서는 안된다는 회의론도 일고 있다. 우선 12년 전 고건 총리의 권한대행 기간이 63일이었던 것과 달리 황 권한대행은 탄핵심판에다 대선 기간까지 합치면 최장 240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9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황 권한대행이 국내 탄핵리스크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만일 황 권한대행이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설 경우 현 탄핵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