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퓰리즘 물결 한국 대통령을 덮치다“

2016-12-09 16:17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최순실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결국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이어졌다. 해외 언론들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사태를 신속하고 생생하게 보도하며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일부 외신은 이번 한국의 한국의 대통령 탄핵한 가결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탈리아의 개헌 부결에 이은 글로벌 포퓰리즘 물결의 사례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9일 "글로벌 포퓰리즘 물결이 한국 대통령을 덮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탄핵 소추안 표결은 박 대통령이 상징하는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며 대통령 퇴진 시위는 지금껏 무시되어 왔던 대중들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현상으로서 글로벌 포퓰리즘의 물결로 풀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수십 만 명의 학생과 노동자, 노인과 아이들까지 거리로 나와 촛불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이 손에 든 플래카드에는 대통령 퇴진뿐 아니라 공범으로 지목되는 여당과 재벌의 해체를 요구하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 집회에도 불구하고 최루탄과 돌이 등장했던 과격했던 과거 시위와는 다르게 평화적인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현재 한국에서 끓어오르는 국민들의 분노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차기 대선에서 ‘아웃사이더’의 돌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언론도 역시 탄핵 표결을 앞둔 한국의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하며 탄핵 이후 한중 관계에 대한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 집회에 이은 탄핵 정국과 관련해 이웃 국가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시사하며 말을 아껴 왔다. 지난달 29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인들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또 잘 처리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는 간단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이런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관변 학자들이나 관방 언론들을 중심으로 탄핵 정국 이후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무산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일부 언론은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기돼 3국의 장기적 외교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 한일중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보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어서 "한국 정부는 황교안 총리의 대리출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탄핵안 통과의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 기사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정국혼란이 한국 주식이나 원화 매수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셜라이즈드 리서치앤인베스트먼드 그룹의 펀드 매니저인 츠카구치 다다시는 블룸버그 통신에 “정권 교체로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외교적인 도전 과제에 부딪힐 것이고 이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JP모간 자산운용의 재슬린 예오 전략가는 “원화 대비 달러 롱포지션을 선호한다”며 “한국은 정치적 혼란과 성장률 침체에 빠져있다. 재정 정책이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성장률 제고를 위한 완화 정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런던 소재 HSBC 글로벌 자산운용의 빈치 리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박 대통령의 탄핵 통화 여부와 관계없이 2017년 중반까지 국정 공백은 불가피하다. 정국 혼란이 끝났다는 점은 호재지만 적어도 당분간 한국의 정치 및 경제 구조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을 것 같지는 않다.미국와 중국의 갈등 고조, 유로존 붕괴 위기 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외적 악재”라고 말했다.

뉴욕 소재 니코 자산운용의 존 베일 전략가는 “한국의 정치와 대기업 간 유착 관계의 근본적인 개혁은 쉽지 않다”며 “이번 스캔들로 갑자기 대기업들이 큰 시련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매튜스 인터내셔널 자산운용의 마이클 오 펀드 매니저는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지만 한국의 이번 스캔들이 한국의 기업 및 정치 문화의 투명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