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의 판정승?···조목조목 반박하며 차분한 대응 보여

2016-12-07 18:29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2차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알지 못한다’는 모르쇠와 ‘그런 적 없다’는 반박을 적절히 섞어 가며 오히려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노련한 김 전 실장의 답변에 질의를 하던 의원들이 먼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먼저, 김 전 실장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업무일지)에 적힌 메모에 대해 "저는 그 비망록을 직접 본 일이 없고 누가 작성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다"며 "회의를 하다 보면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비망록의 메모 일부를 화면에 띄운 채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인양을 저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저는 그렇게 이야기한 일이 없다“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해수부 장관과 인양 문제에 대해 긴밀히 의논했다"며 "저도 자식이 죽어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 인양을 하지 말라 했겠느냐"고 부인했다.

비망록에 담긴 또 다른 의혹인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사전 인지에 대해서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저희가 그런 걸 사전에 알고 그런 것은 헌법재판소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통진당 해산은 아시다시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제소해서 헌재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대면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김장수 전 안보실장이 보고를 했다고 답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실장에게 "비서실장으로서 세월호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보고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안했나"고 질의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김장수)안보실장도 보고를 하고 있었고 저희도 서면으로 보고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올라가지 않았다"며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각종 주사를 맞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로쇠로 일관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청와대 의무실장이 박 대통령이 각종 주사를 맞은 것을 인정했는데,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이어 "증인(김 전 실장)은 (주사를)맞은 적이 없나. 청와대 안이건 밖이건 태반주사, 마늘주사, 평생 단 한 번도 없냐“라고 묻자 김 전 실장은 이에 모두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광고감독과 만난 경위에 대해 차 감독과 진술이 엇갈려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실장은 차 씨와의 만남에 대해 “박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문화융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지와 이런 걸 좀 알아서 보고하라고 해서 한 10분간 만났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차 씨는 "최순실 씨가 김기춘 실장의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다“며 "최 씨가 가보라고 해서 (청와대에)갔다. 갔을 때 정성근 장관 후보와 김종 차관이 있었고 단순히 인사하고 나오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최 씨가 대통령에게 차 씨와 비서실장의 만남을 요구해 만들어진 상황 아니냐'는 질의에 "그 과정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