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 싸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끝나지 않는다
2016-12-07 15:1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하 수상한 세월에 안녕들 하십니까.” 이 인사말이 일상이 됐다. 회의감과 무력감, 자조와 냉소 등이 뒤죽박죽된 나날의 연속이다. 이탈리아 정치가 ‘안토니오 그람시’ 말대로 이성이 비관 되더라도 ‘의지로 낙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얘기다.
헌정 유린의 주연인 최순실 씨가 7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불참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가 현실화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즉각적 퇴진’을 바라는 200만 촛불 민심을 저버린 채 탄핵 수용을 택하며 마이웨이에 나섰다. 현 사태에 대처하는 이 정부의 ‘인식론적 뒷배’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비이성적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기야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올림머리 등 ‘헤어 손질’에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아니,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권력자를 앞세워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이 악취 나는 ‘지배체제의 동맹’을 해체하지 않은 한 총감독과 주·조연만 바뀔 뿐, 막장 드라마는 또 어디선가 개봉한다.
국가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조직폭력배 같은 야만적 파티를 즐기는 ‘지배체제의 경로 의존성’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일 년이 걸릴지, 강산이 변하는 십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첫 테이프는 오는 9일 끊는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참에 끝장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플라톤’의 말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