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원 자유투표로 탄핵안 의결 참석한다
2016-12-06 20:29
새누리당은 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기존 당론인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 일정’을 접고 각 의원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날 의총 직전 갑작스런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찾았다. 이들은 대통령의 ‘조기퇴진’ 수용 의사를 확인 후 이를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촛불민심을 확인한 비박계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촛불민심 여파로 탄핵열차 탑승한 여당
그러나 이날 정오 즈음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급반전의 분위기를 보였다. 청와대는 뒤늦게 새누리당이 지난주 의총에서 결정한 ‘조기퇴진’ 당론을 받아들였지만 촛불민심의 여파로 인해 이미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친박 지도부는 마지막까지 조기퇴진 카드를 버리지 않고 비박계를 설득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결국 의총에서 개개인의 자유투표로 결론이 났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의결은)국회의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적 권한을 정정당당하게 자유투표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의총 중간에 나와 기자들과 만나 “저는 그냥 간단하게 헌법 정신에 따라서 헌법 절차에 따라서 탄핵 표결에 양심과 소신을 갖고 참여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탄핵 표결을 통해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걸 우리가 꼭 보여주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오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말씀을 했는데, 핵심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부분을 인정하느냐라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은 아직 들어보지 못해 대통령의 인식이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방문 후 대통령의 의사를 모두발언을 통해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의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되어있다’라고 전했다”며 “박 대통령은 지난 3차 담화 발표 이후 당에서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 당론을 정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생각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친박 vs 비박, 좌충우돌 끝에 다시 평행선
탄핵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친박계와 비박계는 청와대의 3차 담화문 이후 잠시 봉합 국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좌충우돌 끝에 대치국면으로 돌아왔다. 당 지도부 사퇴와 당 해체를 주장하던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를 계기로 친박계가 ‘내년 4월 조기사임’ 카드를 꺼내들자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주춤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 200만명이 넘는 촛불민심을 확인 후 비박계는 입장을 번복해 탄핵열차에 동승했다.
탄핵안 표결을 사흘 앞둔 6일 오전에도 친박계와 비박계는 탄핵안 찬반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장외설전을 이어갔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퇴진 일자 확정 등 추가 입장 표명에 관계없이 탄핵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의원총회에서 정한 당론까지 며칠 사이에 뒤집는 비박계를 비난하면서 동시에 탄핵안 이탈표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인 비상시국회의는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탄핵열차에 탑승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이 모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이 전했다.
황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여러 논의 끝에 대통령의 내년 4월 조기 퇴임은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한 카드라고 봤다”며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를 읽었기 때문에 난국을 풀어가는 해법은 탄핵절차에 들어가는 것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발표하더라도 탄핵 절차는 거부할 수 없는 요구”라며 “흔들림 없이 탄핵 표결에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오전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전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야당에서 주장하는 대통령의 ‘즉각 사임’ 등의 요구는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하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탄핵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국회에서 탄핵이 이뤄질 때 대통령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며 “정치권은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국정 안정을 위한 해법과 대안을 찾는데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저는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탄핵의 불가피성을 주장했고, 국정위기를 헌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친박계 지도부와 의원들은 주말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당론을 배척한 비박계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거취가 그렇게 장난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이냐"며 "촛불집회가 지난주 토요일에 처음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게(당론이) 무슨 코 푼 휴지 조각이냐, 마음대로 버리고 싶으면 버리고, 그렇게 하찮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냐"며 "당론이라는 것도 그렇게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주류는 그런 사람들이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었냐"라며 "대통령 거취를 그렇게 장난으로, 손바닥 뒤집듯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탄핵안 표결 시 비박계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만약 대통령이 명확한 표현으로 담화를 하고 당론을 정하면 비주류의 마음도 열 몇 표까지 움직일 수 있다"며 "비주류 의원 중 탄핵을 야당에서 발의한 이상 탄핵에 참여할 수 밖에 없지만 찬반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대통령이 정확하게 뭐라 말을 하고 여당이 그것에 관해 당론을 정하거나 여당의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 국민들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3당의 탄핵안 발의에 이어 새누리당까지 자유투표로 탄핵안 의결 동참을 선언하면서, 박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