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됐던 中 경제제재 "앞으로 더욱 강해진다"

2016-12-04 13:41

사드부지로 확정된 경북 성주의 롯데골프장.[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경제제재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 제재가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에 중국법인 본사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한 임원의 토로다. 이 임원은 그동안 빈번히 교류했던 중국의 관료들이나 파트너사 고위급들이 본인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으며, 전화통화를 해도 빨리 끊으려고만 한다며 4일 기자를 만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가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중국 당국의 타깃이 되는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중국 사정당국이 롯데그룹 중국사업장에 대해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진게 지난 1일이다. 이에 대해 당일 베이징 외교과 관계자들은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동안 중국측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베이징의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공포심이 퍼져가고 있다.

지난 7월8일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결정을 발표한 후 중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언젠가 반드시 보복조치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었다. 이에 더해 지난달 23일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자 중국의 경제제재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 예견됐었다. 그동안 타국과의 정치적인 마찰이 불거졌을 때마다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보복 잔혹사

사례는 많다. 2010년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은 희토류 일본 수출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국 일본은 굴복한 채로 중국 어민을 중국에 돌려보내야했다. 중국 어민은 환송 후 영웅대접을 받았다.

2012년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국제법정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하자 중국은 필리핀산 바나나와 망고에 대한 금수(禁輸)조치를 취했다. 세계 2위 바나나 수출국으로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수출하던 필리핀은 큰 타격을 입었다. 금수조치는 지난 10월 친중행보를 보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해제됐다.

대만독립을 추구하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5월 취임하자 중국은 대만행 여행객(유커, 遊客) 축소조치를 취했다. 유커는 전년대비 30%가량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대만의 여행사, 숙박업소, 관광지 식당들이 폐업했으며 급기야는 대만 3대 항공사인 푸싱(復興)항공도 문을 닫았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사드 이후 한국에 다양한 방법으로 보복 조치를 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사드 때문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 계획이 진행될수록 그에 맞춰 단계적으로 보복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배치 단계에 이르면 더욱 강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8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화계 한국연예인 출연 전면중단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한중갈등이 빚어진 이후 중국의 경제제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분야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여졌던 중국의 제제는 개별기업, 개별업계로 퍼져가면서 노골화되고 있다.

4일 베이징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과 외교부 등은 금한령에 대해 부인 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광고, 영화 출연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소식통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금한령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방송사의 경우 한국 연예인 출연은 물론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도 사라졌다"면서 "중국 업체들이 눈치를 보느라 한류 연예인의 공연이나 출연 등을 광전총국 등에 신청하는 것마저 포기하는 경우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공영 및 위성방송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국 연예인이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며 중국 내 영화관에서도 한국 영화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 매체에 수없이 소개됐던 한류 스타 보도도 급격히 줄었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9월 이후 42명의 한류스타와 53개의 한중 합작 드라마가 금한령의 영향을 받아 위성 방송 등에 방영 또는 출연이 금지됐으며 중국 드라마에서도 한국인이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하고 있다.

◆홈쇼핑 전자상거래도 된서리

우리나라 제품의 주요 중국 유통경로인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제재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 베이징 등 주요 도시 홈쇼핑 업체에 "한국 제품 편성을 줄이고 방송에 한국인 모델을 쓰면 안 된다. 한국에서 제작된 자료 화면도 내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홈쇼핑에서 한국 제품 판매 방송을 중단하라는 얘기"라며 "중국 토종 홈쇼핑 업체뿐 아니라 외국 자본과 합작한 업체에도 이런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닷컴은 최근 한국 상품 판매몰 운영자들에게 '한국 스타를 판촉 활동에 등장시키지 말라'는 내용 등이 담긴 지침을 배포했다. 이 지침은 "한류 스타를 내세운 판촉 활동에는 한한령이 적용된다"며 "제품 포장은 상관없지만 판촉 행사를 알리는 게시물이나 웹 페이지의 눈에 잘 띄는 곳에는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상품을 드러내지 말라"는 내용이다.
 

지난달 23일 한민구 국방장관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롯데그룹, 배터리, 통관까지

지난 7월8일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전방위로 높이고 있다. 9월 한국산 설탕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사, 10월 한국산 폴리아세탈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 11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재조사에 잇따라 착수했다. 올 들어 8월까지 한국 대상 반덤핑·세이프가드 조사가 한 건도 없었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시작됐다. 롯데그룹은 사드부지로 성주의 골프장을 제공하기로 한 기업이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롯데그룹을 손댈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왔다. 그리고 지난 1일 중국 당국은 롯데그룹 각 사업장에서 세무조사, 위생검열, 화재검열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단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사드후폭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충족하기 어려운 새로운 생산 능력 인증 기준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의 한국산 식품·화장품 통관 불허 건수가 148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130건)를 이미 넘어서는 등 비(非)관세장벽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