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1.3 부동산 대책 한 달...매도-매수 호가 1억차, 거래 5분의1 토막

2016-12-04 13:04
‘11.3 부동산 대책+가계부채 대책+금리인상 우려’...3중고
부동산114, "서울 아파트값 2년만에 하락세 전환"

'1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한 달 동안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가 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오진주 기자]


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한 달 동안 평균 30~50건 정도 거래하는데 지난달엔 10건도 못 했습니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찬바람이 불어닥친 최근 부동산 거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난 주말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체감온도가 영하를 밑도는 날씨 속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앞 거리는 겨울 바람에 낙엽만 굴러다닐 뿐, 약 두 시간 동안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은 없었다.

지난 한 달 동안 11.3 부동산 대책에 가계부채 대책, 금리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강남4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4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11월 동안 한 두 건 밖에 거래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한 건도 거래하지 못 한 중개업소도 있다.

실제로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건수는 신고일 기준으로 10월 1만3013건이었던 건수가 지난달 1만1133건으로 약 2000건 정도 줄었다. △강남구는 748건에서 644건 △서초구는 592건에서 434건 △송파구는 953건에서 776건 △강동구는 866건에서 615건으로 각각 줄었다.

거래건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 동상이몽 때문이다. 매수자는 더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매수자는 쉽게 호가를 낮추지 않는다. 송파구 잠실동의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는 1억은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도자는 1억은 터무니 없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매수자가 가격이 더 내릴 때만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집을 사는 사람은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계속돼 관망세가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2월부터 2월까지는 학군 때문에 이사가는 사람이 많은 시기”라며 “4~5월이 지날 때까지도 거래가 안 돼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면 그때서야 거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부동산 대책이 가수요 시장을 완전히 죽여서 실수요 시장까지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2014년 12월 12일 이후 2년 만에 하락한 것이다. 구별로는 △송파구(-0.21%) △강동구(-0.14%) △강남구(-0.09%) △서초구(-0.07%) 순으로 떨어진 폭이 컸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겨울만 지나면 실소유자 분위기로 시장이 재편돼 분위기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동구 둔촌동의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들어와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시기만 넘기면 실소유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 다시 거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