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은택·송성각 공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적시
2016-11-27 17:22
박 대통령 KT인사 개입 정황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국정농단 장본인이자 '문화계 대통령'으로 불린 차은택씨 등 5명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공범으로 지목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차씨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비롯해 김영수 포레카 대표이사,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의 대표이사, 김경태 모스코스의 사내이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포레카 김영수 대표를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는 지시를 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포레카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데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김영수 대표에게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따라 김영수 대표와 김홍탁 대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 호텔 커피숍에서 컴투게더 한모 대표를 만나 "포스코 최고위층과 청와대 어르신의 지시사항인데 컴투게더가 포레카를 인수하면 우리가 지분 80%를 가져가겠다, 대표는 김홍탁이 할 것이고 한사장님은 2년간 월급 사장을 하기로 얘기가 되었다"라고 협박했다.
이후 컴투게더가 인수 단독입찰자로 확정되는 등 포레카 인수가 여의치 않자 안 전 수석은 김영수 대표이사에게 "나를 팔아서라도 지분을 넘겨 받아라"고, 최순실씨는 "모스코스가 80%, 컴투게더가 20%이며 조정은 되지 않는다"라고 협박했다. 김경태 이사도 한 대표이사에게 "우리가 지분 80%를 가져가도록 비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포레카 매각 자체를 무산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컴투게더가 포레카 인수자로 최종 결정되고, 한 대표가 지분을 넘겨주지 않자 최씨는 차 전 단장과 송성각 전 원장을 통해 "한 대표가 이렇게 나오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버린다고 전하라"고 전달했다.
실제로 송 전 원장은 한 대표를 불러내 "저쪽에서는 막말로 묻어 버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컴투게더에 세무조사를 해서 없애라고까지 한다"며 "이대로 가면 컴투게더도 없어지고 한 사장 자체가 위험해진다"라고 협박하면서 포레카의 지분 80%를 넘겨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차 전 단장은 최씨와 함께 광고대행사를 설립하고, 대기업들로부터 광고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광고업무 책임자로 자신의 측근들을 앉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광고업무 책임자로 차씨의 측근들이 임명하는데 힘을 쓴 것으로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KT인사에도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이씨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씨도 이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안 전수석은 이같은 지시를 그대로 KT 황창규 회장에게 전달했다.
측근들이 채용된 이후에도 최씨, 차 전 단장은 박 대통령을 통해 KT 인사에 개입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이씨, 신씨의 보직을 KT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고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을 통해 이같은 요구를 전달받은 황 회장은 그대로 따랐다.
한편, 차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날 오후 차씨가 구속기소된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과 만나 "2014년 6∼7월께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 최씨가 차씨에게 '어디론가 찾아가 보아라'고 해서 지시에 따랐고, 그 장소가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이었다는 게 김 변호사 설명이다.
여기서 차씨는 김 전 실장과 10분가량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모임 성격을 '인사하는 자리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말은 최씨와 김 전 실장 간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드러냄과 함께 당시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으로 짐작해보면 인사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