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육부장관ㆍ유엔주재 미국대사에 여성 인사 발탁
2016-11-24 09:04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각료급 인선에 처음으로 여성 인사를 기용했다. 대부분 나이 든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어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풀이했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23일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교육 운동가인 벳시 디보스(58)를 교육부 장관으로 각각 내정했다.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벳시 디보스는 훌륭하고 열정적인 교육가”라며 “그녀를 통해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고 우리 아이들을 방해하는 관료 체제를 타파해 모든 가족에 세계 수준의 교육과 학교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헤일리 주지사는 정책 추진에 있어서 출신 정파를 떠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협상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며 "세계에서 미국을 대표할 뛰어난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나이 든 백인 남성으로 주로 꾸며졌던 트럼프의 초기 각료급 인선에 여성이 처음으로 포함되게 되었다.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백인 노동층의 열성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트럼프가 내각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추수감사절이 오기 전에 여성 인사 기용을 발표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디보스는 ‘아이들을 위한 연합’의 대표로 학교 선택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성화 학교나 가정에 사립학교 등록금을 지원하는 학교 바우처 프로그램 확장을 추진해왔다.
디보스 기용을 두고 반응은 엇갈렸다. 그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워싱턴의 공화당 의원들은 디보스의 교육부 장관 임명을 축하했다. 라마르 알렉산더 테네시 공화당 상원의원은 “훌륭한 선택”이라며 그녀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일부 단체에서는 디보스가 교육부 장관이 될 경우 공교육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최대의 교사 노조인 전미교육위원회의 릴리 에스켈슨 가르시아 위원장은 “벳시 디보스를 임명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들, 부모, 교육자, 공동체를 위한 최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증명했다”며 “벳시는 교육의 공교육의 사립화, 비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디보스는 앞서 공화당 경선에서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며 트럼프에 강한 지지 의사를 나타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디보스는 지난 7월 WP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으로서 트럼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된 헤일리 역시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디보스와 같다. 헤일리 역시 공화당 경선에서 루비오 의원을 지지하며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 등을 비난하며 “모든 주지사들이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헤일리는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총기난사 사건 후 눈물을 흘리며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마음과 영혼이 무너졌다”고 말하는 기자회견 이후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그녀는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게양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논의를 주도했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백악관에 외교 문제를 자문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논의에서 미국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자리로 간주된다. 헤일리는 군사 및 안보 문제에 있어서 공화당의 강경노선을 지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외교정책을 다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러나 트럼프로서는 소수계 출신이자 대중의 인기가 높은 헤일리를 기용함으로써 다양성 의지를 드러내고 반대 여론을 잠재우길 기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그녀는 공화당 주류로 분류되는 만큼 공화당 통합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