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년간 태반주사 등 약품 대량구매 시인…"청와대 근무자 건강관리용"
2016-11-22 15:02
태반주사 8개월간 150개 사들여..감초·마늘주사 매달 50개씩
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가 최근 2년간 한 제약업체로부터 태반주사 등 2000여만원 상당의 약품을 구매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사실을 인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청와대 주사제 등 약품 구입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구매했다"면서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종류의 녹십자 의약품을 31차례에 걸쳐 구매했다. 구입처는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경호실’이었고, 가격은 총 2,026만9,000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녹십자 의료재단은 녹십자아이메드 병원을 운영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순실(60)씨 자매에게 대리 처방해준 차움의원 출신 김상만 의사가 병원장을 맡아왔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사들인 약품 중에는 일명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잔주름 개선·피로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라이넥주를 2015년 4·11·12월 등 3차례에 걸쳐 50개씩(개당 2㎖) 모두 150개(74만2,500원) 구매했다. 만성 간질환이나 만성피로 환자 해독제 등으로 쓰는 히시파겐씨주는 2015년 4월과 2016년 6월 각 50개씩(개당 20㎖) 도합 100개(35만6,400원) 사들였다. 노화방지·만성피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푸르설타민주는 2014년 11월에 27만5,000원을 주고 총 50개(개당 10㎖)를 샀다.
동네 의원에서조차도 태반주사는 초기 일주일에 2~3회씩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청와대가 구매한 수량은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주사제는 반드시 의사 처방을 거쳐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김경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도한 양”이라며 “주치의 감독 등 명확한 처방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는 면역제 일종인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를 2015년 11월과 2016년 3·6·8월 4차례에 걸쳐 50만 3,030원을 지불하고 총 11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지냈던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 약품은 중증 감염증이나 혈액질환 등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사용되는데, 흔히 쓰이는 제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청와대에 중증 질환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면역 증강을 위해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수의계약이 아니라 일반 경쟁으로 납품을 했다”며 “구매한 녹십자 약품의 80%는 독감 예방접종용이며, 경호원을 비롯한 직원들을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