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유라 주변 수사 본격화… 이대 압수수색·현명관 마사회장 소환
2016-11-22 14:39
박 대통령, 대면조사 불응 시 소환 통보 방안 검토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최씨의 딸 정유라씨 주변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를 전격 압수수색했고, '특혜지원' 의혹을 받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을 소환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2일 오전 9시부터 이대 총장실, 입학처 등 사무실 20여곳과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 관련자 주거지 3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후 1시 30분 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정씨에게 체육특기자 입시과정과 입학 이후 학사관리에서 부당한 특혜를 제공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의혹은 교육부의 이대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이대가 지침과 달리 면접고사장에 정씨가 금메달을 반입하도록 허가해줬다. 정씨가 수업에 거의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출석 대체물을 내지 않았음에도 출석을 인정해줬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남궁 전 처장은 2014년 10월18일 체육특기자 면접 당일 정씨가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을 가지고 온 사실을 미리 알고 면접위원 오리엔테이션 도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총장께서 정유라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입학처장 진술을 입학처 직원들이 들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최 전 총장은 지시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마사회는 대한승마협회와 함께 지난해 10월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종목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한 곳으로 이 로드맵은 협회가 승마유망주의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승마협회 회장사 삼성이 4년 동안 186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이후 승마계를 중심으로 이 로드맵이 정씨를 단독으로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독일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정씨를 지원하고자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을 현지로 파견한 것도 마사회와 승마협회 간 협의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회장을 상대로 로드맵 작성 경위와 절차, 이면에 삼성 및 최씨 측과 모종의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9∼10월경 삼성이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하는 데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현 회장은 호텔신라·삼성시계·삼성종합건설·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경영진을 거쳐 이건희 회장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그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삼성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달 마사회 국정감사에서 "로드맵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정유라씨를 위해 마사회에서 승마감독을 파견한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승마협회에서 준비단장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준 것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검찰 한 관계자는 22일 "대통령에 대한 소환통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전날 "대통령을 대면조사 해야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조만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반발하며 향후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검찰도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나선다.
보통 검찰은 피의자가 세 차례 이상 소환 통보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구속기한 만료 전 재판에 넘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현직 대통령을 강제수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