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까지…소비위축, 금융위기때보다 더 심각

2016-11-22 11:24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불안 쓰나미에 대다수 가계들 돈 쓰기 주저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며 실질 가계소득이 좀처럼 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불안 쓰나미가 덮치자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대다수 가계는 돈 쓰기를 주저하며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국내 소비위축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가구당 소득 증가율은 작년 3분기(0.7%) 이후 5분기 연속으로 1%를 밑돌고 있다. 올해 3분기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실질소득은 작년 3분기에 증가율 0%를 기록한 후 4분기 -0.2%, 올 1분기 -0.2%, 2분기 0.0%로 이어지며 쪼그라들고 있다. 분기별 실질소득을 원단위까지 따져보면 5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실질소득이 감소세로 전환되자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7만9000원으로 0.7% 늘었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0.1% 줄며 3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4.5%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폭염효과 소멸, 이른 추석·농산물 가격 상승 등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가전·휴대전화, 음식료품 등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10월에도 민간소비는 불안한 모습이다.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1.5% 줄었다.

문제는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0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CCSI는 올해 5월 99.2에서 6월 98.8로 떨어진 이후 7월 100.9, 8월 101.8로 올랐다가 9월엔 101.7로 0.1포인트 하락하는 등 보합권을 맴돌고 있다.

특히 가계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 경기전망CSI는 80으로, 9월 83보다 3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년 뒤 경기상황이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한달 전보다 늘었다는 뜻이다.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데다, 소비를 늘릴 계획도 없다는 의미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 침체 우려는 가뜩이나 암울한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내수 잠재력을 침식하는 가운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산업계 구조조정은 물론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