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사태 피의자 신분' 박 대통령, 범죄 어디까지 관여했나

2016-11-20 16:43
검찰 "박 대통령의 지시 및 암묵적 동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0)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들이 '공모관계'라고 밝힘에 따라 박 대통령이 어디까지 범죄 혐의에 개입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의 범죄 사실과 관련해 상당부분 공모관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우선 검찰은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혐의 핵심 의혹 사안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두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 기금을 출연받고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 신분인 최씨 측에 공무상 비밀 내용이 다수 담긴 청와대와 정부 문건이 넘어가는 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 범죄사실에서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특정했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직접 인지해 입건했다. 

박 대통령이 현직이어서 헌법 제84조에 보장된 불소추 특권에 따라 기소할 수는 없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이 범죄에 공모한 것으로 단정 짓고 이번주 대면 조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계속 수사한다는 얘기다.

검찰에선 박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우선의 혐의를 일단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태블릿PC와 최씨 자택 등 압수수색에서 여러 건의 국가안보나 외교 관련 문서가 나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국가기밀 문건들을 넘겨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 검찰은 두 재단 강제 모금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자택 등에서 개인 일정을 적은 다이어리 말고도 박 대통령 지시 사항을 기록한 수첩을 압수했다. 이같은 자료가 확보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안 전 수석에게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또 검찰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이 안 전 수석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이허가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두려워해 출연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강제 모금했다고 폭로한 안 전 수석의 증언과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비공개 면담을 한 정황들로 살펴봤을 때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관여를 해야만 범죄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국가원수 및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도시, 주택, 군사시설, 도로, 항만 기타 사회 간접시설 등 대형건설 사업 및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기업의 설립, 산업구조조정, 기업집중 규제, 대외무역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술은 이번 사건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로 경제정책 관련 역할, 그중에서도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지위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 과정에서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직권남용·강요 등의 범죄에 가담한 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