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재계 “뇌물공여 미적용 일단 안도, 추가 수사 가능성에 비상사태 지속”

2016-11-20 15:11

아주경제 채명석·윤태구·석유선·양성모·송종호 기자 = 재계는 20일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검찰은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하겠다는 방침이고, 또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수사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라 비상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53개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774억원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출연금’으로 판단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9개 기업 총수는 물론 대다수 기업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재계는 그동안 검찰조사 과정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대가성이 없었다고 일괄적으로 주장해왔다. 출연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청와대의 강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검찰의 발표로 의혹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긴장상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의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 관련 지원 등 대다수 의혹이 계속 수사 중인데다, 향후 특검 수사 및 국정조사에서도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에 대한 조사가 다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측은 “그동안 수사에 성실히 임했고, 그 결과가 오늘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드러났다”면서도 “다만 아직 안도할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기부와 관련해 뇌물이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적용되자 다소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서 검찰에 해명한대로 70억원 추가 출연은 대가성이 없는 기부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기금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다면 지난해 롯데 잠실면세점이 탈락하고 올해 검찰 수사를 4개월이나 받는 등 그룹의 위기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과 차은택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여러 의혹에 결부된 CJ그룹 측은 “수사가 아직 끝난 게 아닌 만큼 딱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최씨 지인 기업에 대한 안 전 수석의 납품 검토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고, 포스코그룹은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앞으로의 조사에도 성실하게 받겠다”고만 밝혔다. 여러 건의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린 한진그룹도 “수사중인 사안에 기업이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일단 중간수사결과에 언급되지 않은 점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측은 “오늘 검찰 발표에 대해 기업이 어떤 말을 하기는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현재 회사에서는 검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다음 달 초순께 특검 활동을 개시하기 전까지 검찰이 2~3주 정도 더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미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돌아온 총수와 기업인들이 국조특위에 또 다시 증인으로 줄줄이 불려 나가야 할 사태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앞으로가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판단에 따라 특검, 국정조사에서 기업인에 대한 조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들은 같은 사안을 놓고 세 개 기관으로부터 중복 조사를 받아야 하는 데 이들 조사가 실적을 우선시해 기업에 불리한 무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해당 대기업들이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미 재계에서는 연말을 넘어 내년 초까지 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말연시 경영공백이라는 중대사태가 현실화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