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납작 엎드린 재계...경영 일정 '급제동'
2016-11-14 15:47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경영 시계가 멈춰섰다. 내년도 경영계획 및 사업전략 구상에 한창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총수들이 검찰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대기업들은 모든 일정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B그룹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가 좋을리 있겠느냐"며 "안그래도 트럼프 당선으로 대외 환경에 변화가 생긴 마당에 정경유착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됐다"고 푸념했다.
지난 주말 총수들의 줄소환의 여파로 재계의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올해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이어 본인까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C그룹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게 비단 삼성 뿐이겠냐"며 "재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위축돼 있는 만큼 당분간은 투자 등과 관련된 출장 등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에서는 '당분간 조용히 지내자'는 분위기 속에 내부 단속도 이뤄지고 있다. 자칫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그룹의 경우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할 정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가 임박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업의 경영환경도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한탄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던 7대 그룹 총수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면담 경위와 대화 내용 등을 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5명의 총수가 14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
앞서 12일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 의장 등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이들 총수가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기금 출연을 조건으로 민원을 언급했거나 대가를 요구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대가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그룹 관계자는 "참고인 진술로 알고 있다"며 "(회장이)조사를 통해 소명을 했을 것이고 의혹도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