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피의자 입건'…청와대 당혹·유감

2016-11-20 18:00
뱍 대통령·청와대, 특검 만반 준비 "시시비비 가릴 것"…정치권 탄핵론에도 촉각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공범이라고 밝힌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결과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는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비선 실세' 사건의 각종 범죄 혐의에 상당 부분 공모관계에 있다는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당혹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관저에서 TV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봤고, 참모진으로부터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 입건해 관련 수사를 계속하기로 한 만큼 내주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입장 발표를 통해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서유출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일부 표현상의 도움을 받았을 뿐 공무상 비밀누설 등을 지시한 적은 없고,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 역시 정상적 국정과제 수행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강제모금을 지시한 일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호성 전 비서관이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난 4월까지 약 3년간 청와대에서 작성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최씨에게 이메일과 인편, 팩스 등을 통해 유출했고, 이 가운데는 사전에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되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단 청와대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로 지목함에 따라 특검에 만전을 기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검찰이 박 대통령이 범죄 혐의에 공모한 것으로 판단한 데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면서 특검 및 국정조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오는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안건으로 올라오는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특검법안 수용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국정 운영 의지를 거듭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청와대는 야권이 박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유일한 법적 수단인 탄핵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치권의 탄핵 카드가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와 통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 최장 6개월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최대한 버티면서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여론전을 전개하는 등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진을 거부하고 민심에 맞서는 박 대통령의 행보에 분노의 촛불 민심은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민심과 동떨어진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