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재검토해야 할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단체장 인사

2016-11-22 00:00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문화예술계에 정권 입김 작용해선 안 돼
김종덕 장관이 임명한 문화예술계 단체장들 스스로 물러나야

                                                                                                                       [사진=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참담한 퍼즐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조직적이지도 않은 무지한 한 여자와 그 측근들로 인해 대한민국과 문화예술·체육·교육계가 처참하게 농락당했다. 이번 정부가 출범할 때 내걸었던 문화융성의 기치와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던 일성은 어떻게 됐는가.

정상적인 것들이 얼마나 남아있는가. 정상적인 게 비정상이 돼있는 문화 흉성의 시대. 불통의 시대를 넘어 절망의 시대. 무능한 지도자와 거기서 태어난 기형적인 괴물들. 조선시대 실패한 왕 주변에 득실대던 환관의 무리와 다를 게 없는 듯하다.

최근 한 일간지에 게재된 칼럼 ‘문화에 손대지 말라’는 명쾌했다. 그렇다. 간여하지 말아야 했고,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 굳이 간섭하지 않아도 우리민족은 스스로 성장하고 꽃 피울 줄 아는 뛰어난 예술적인 영혼과 감성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 융성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다. 케이(K) 팝과 한류문화,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빛내는 수많은 음악가들이 정부주도로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문화예술은 오랜 기간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자 사회를 이끄는 정신적인 지주다. 문화예술의 융성은 단기간에 되는 것도 아니며, 돈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예술가들의 열정과 생명이 세월 속에 켜켜이 쌓여서 형성되는 것이다.

이 정권이 만들어낸 최순실 차은택이 융합하고 창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자신의 작업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유진룡 장관을 퇴임시키고 김종덕 장관을 선택했다. 그들의 하수인격인 김종덕 장관이 끼친 것은 폐해였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를 폐허로 만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폐허가 됐을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

김종덕 장관은 이런 와중에 본인 인맥을 관련단체에 포진했고, 이 과정에서 양산된 전문성이 결여된 문화예술 단체장들이 전문가를 지배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했다. 이 폐해는 공연 예술계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필자가 지난해 1월 김종덕 장관이 임명한 한예진 국립오페라단장의 퇴진을 외치며 56일동안 오페라인들과 장외 투쟁을 벌여 퇴진을 이끌어 낸 것도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이와같은 인사가 어디 오페라계 뿐이었겠는가. 인사에 대한 부당함은 미술계 등 다른 분야에서도 제기됐음직 하지만 묵살됐을 것이다.

필자는 성악가이자 오페라가수 겸 단장이다. 예술의전당은 필자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터전이다. 예술가들의 터전인 예술의 전당이 권력의 침범을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별개로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관이 가뜩에 어렵기로 알려진 예술의전당에서는 공연 성수기인 연말에 모 공공기관 수장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절차없이 권력을 이용해 본인의 행사로 사용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때다. 최순실 차은택 김종덕과 관련된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아니면 조윤선 장관이 과거 김종덕 장관이 임명한 모든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의 사표를 받아야 한다. 괴물들이 남기고 간 잔재들을 깨끗이 하고 본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슬기롭게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는 에너지가 있다. 아수라장이 된 문화예술계의 이번 비극을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폐허가 된 문화예술계를 정비하고 발전해 진정한 문화예술이 융성하는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자.